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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식 아니면 굶는 날 많았을 것” 흐지부지되는 사업에 아쉬운 재학생들 [위기의 1000원 학식]
인기 높은 ‘천원의 아침밥’ 위기
세종대·한국성서대 사업 중단
“지원 부족에 대학만 부담”
학생 호응에 사업 키우는 명문대
지방대는 열악…“기부금 소진”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운영 중인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박지영·안효정·김영철 기자] “학생들은 당연히 아쉬워하죠.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조리 인력을 6시 이전에 출근시키면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요. 언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음 학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중단하는 A 대학 관계자는 이 같이 털어놨다.

A 대학은 지난 학기 천원의 아침밥(1000원 학식) 사업을 일일 300명 기준으로 시범 운영했다. 최대 380명이 이용한 적도 있을 정도로 인기는 높았다. 실제 식대는 5000원 상당으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서울시로부터 각각 1000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2000원을 학교가 부담했다. 그럼에도 한 학기 동안에만 학교 측이 1200만 원의 예산을 쓰면서 부담이 커진 탓에 결국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언제까지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대학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와 함께 가장 탄탄하게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해온 대학으로 꼽히는 성균관대도 위기 의식이 있다. 성균관대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졸업생들의 기부 참여를 호소했다. 성균관대는 “(1000원 학식 지원을 위한) 기금 고갈위기에 있다”며 “선배님들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후배들에게 따뜻한 아침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에 따르면 2023년 1학기에는 483명의 기부자가 6490만7296원을 후원했다. 하지만 6만4645명의 후배들이 천원의 학식을 이용해 투입된 학교 재원은 1억7212만원이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위기…대학들 “부담 가중”
1000원 학식 사업을 운영 중인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저렴한 가격에 아침 식사를 제공해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었던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으면서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5000원 안팎인 식대 중 정부 지원은 1000원에 그쳐 예산 부담이 큰 대학들 사이에선 지원금과 기부금 확대가 절실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대학마다 아침 학식 ‘오픈런’까지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정작 운영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을 중단하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헤럴드경제가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천원의 아침밥 사원 지속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 뿐 아니라 기부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나 지자체, 자치구별 지원이 있더라도 일부에 그쳐, 결국은 학교 측에서 매해 수 천만 원씩 예산을 별도 편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예산 부족으로 2학기 사업을 중단하는 학교도 있다. 한국성서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재정 부담이 커 3주간만 운영하고 중단했다”고 했다. 세종대 역시 2학기 1000원 학식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아쉬운 건 학생들아다. 세종대 4학년인 B 씨는 “1000원 대비 그 정도 퀄리티의 밥이 나오는 데도 없다”며 “고물가속에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같이해도 원하는것을 마음껏 먹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단된다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학식을 이용하고 있는 서울 소재 대학 2학년 박모씨는 “아무리 대학가라 하더라도 식사하려면 만원은 우습게 넘으니 굶는날이 많은데 1000원 학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일찍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 학교는 기부가 그렇게 많은 곳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하면(지원금이 적으면) 유행 따라 1~2년 잠깐 하고 끝날 것 같다. 지원 더 늘어나서 장기적으로 운영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을 확보한 학교도 사업이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강원대는 식대 4000원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올해 예산 4500만 원을 편성했다. 정부 지원 금액 1년 4000여만원에 지자체 지원은 없다. 강원대는 아침밥 운영을 위한 모금으로 7000만 원을 확보했지만 상당 부분을 이미 사용했다. 강원대 관계자는 “선착순에 놓쳐 학식을 못 먹는 학생들도 종종 나올 만큼 인기가 좋다”면서도 “지난해에야 아침밥 사업이 많이 화제가 됐으니 기부가 집중적으로 들어왔지만 앞으로도 여력이 될 거라곤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아침밥 사업을 시작해 올해 예산 1800만원을 잡은 B 대학도 부담을 호소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나라에서 추진하는 정책이고,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해준다지만 학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돈이 나가는 상황”이라며 “서울 소재 대학들도 웬만하면 하고 있는 상황이니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사업 참여를) 신청했다”고 했다.

이들 대학 부담은 2학기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대학 정부 지원 기한이 11월까지이기 때문이다. 12월 한 달 동안은 대학 자체 예산으로만 충당해야 하는 셈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12월까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정산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아침밥 인기지만 대학별 편차…‘무제한’ vs ‘사업 중단’
[연합]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들 사이 호응이 높은 편이다. 아침 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까지 1000원에 제공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지난 학기 이용 인원만 23만 명에 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용 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해당 사업에 사용한 교비는 지난 학기에만 5억원이다.

사업 규모를 늘리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곳의 대부분은 기부금 여력이 있는 서울권이다.

지난 3월부터 천원의 아침밥 ‘인원 제한’을 없앤 고려대 학식은 지난 학기 6만 명이 이용했다. 고려대는 기부금을 활용해 지난 학기에 예산 2억2000만원을 투입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천원의 아침밥 활성화를 목적으로 고액 기부와 학부모 소액 기부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역시 기금 모금을 통해 기존에 국제캠퍼스에서 일일 500명 기준으로 운영하던 천원의 아침밥을 2학기부터는 신촌캠퍼스에서도 총 900명에 제공할 계획이다.

대학들 사이에선 사업 운영을 위해 정부 지원과 기부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년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 중인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사업 인지도가 높아지고, 규모 자체도 커지면서 이용 인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기부금이 부족하면 교비에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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