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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최고 ‘좋은 일자리’ 취업률 비결은 현장실습제도” [헤경이 만난 사람-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졸업생 80%가 취업 전국 최상위
이론·기술 5대5 맞춤형 실무교육
올 407명 반도체 인력 양성 목표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이 22일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제1캠퍼스 총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맞춤형 현장실습제도(IPP) 등 한기대의 교육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제공]

“일자리 미스매치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나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각 국가가 정책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요와 공급, 즉 구직자와 기업을 매칭시켜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주문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20대 청년에게 식당 주방 일자리를 소개해주면 안된다는 뜻이예요. 또, 기업과 구직자의 조건을 맞춰주는 게 중요합니다. 예컨대 기업이 원하는 구직자의 조건이 A부터 C까지 있는데,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가 C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어떤 훈련기관을 통하면 C를 채울 수 있는 것인지 안내가 필요한 것이죠. 우리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만든 교육 모델 중 장기 현장실습제도(IPP)가 있습니다. 한 학기 정도 직접 기업에 가서 현장 체험을 한 학생들은 남은 학기 ‘무엇을 준비해야’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되죠. 한기대가 높은 취업률을 기록할 수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올해 7월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94만명이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8000명 감소한 수준이다. 2021년 2월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전체 고용률은 63.2%로 1982년 이후 7월 고용률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청년 취업률은 이미 9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일선의 기업들은 만성적인 ‘일손부족’에 시달린다. 6월 기준 우리나라의 빈일자리는 21만4000개에 달한다.

한 쪽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다른 한 쪽에선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것이다.

최근엔 취업을 포기한 채 그저 ‘쉬는’ 청년이 지난 7월에만 40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가 나서 이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기도 했다.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할 방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고용정책 전문가이자 지난 6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유길상 총장은 ‘제도의 고도화’를 강조했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이 오는 30일 개관하는 다담미래학습관에서 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국기술교육대학교 제공]

-한기대는 높은 취업률로 명성이 높은 대학이다. 최근 5년간 취업률 실적과 원동력은?

▶우리 대학의 최근 5년간 취업률을 살펴보면 2017년 80.2%, 2018년 81.3%로 매년 8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2019년엔 84.7%의 취업률로 전국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코로나로 채용시장이 경색되면서 2020년 75.9%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국 최상위의 취업률이다. 2021년 77.3%로 취업률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

-최근 ‘쉬는’ 청년이 늘었는데, 그 영향은 없나.

▶코로나19 기간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 자발적 취업 연기자로 추정되는 인구가 2020년 3.2%에서 2021년 11.9%로 큰폭 증가했다. 한기대 학생들 역시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대기업, 공공기관 등을 목표로 취업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만 우리 대학은 흔히 ‘좋안 직장’이라는 대기업, 공무원, 공공기관과 공기업 취업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32.9%였지만 2021년에는 46.2%로 증가해 취업의 질은 오히려 향상됐다.

-높은 취업률, 그리고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이 가능한 한기대 만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기대가 취업에 있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비결은 이론과 실습 5대 5 비율의 교육과정, 산업현장 중심의 커리큘럼, 24시간 랩실 개방,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학과 운영 등 ‘특성화된 공학교육모델’과 교과과정 일부를 산업체 현장에서 이수하도록 하는 현장실습제도(IPP)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은 현장실습제도를 졸업 필수요건으로 지정해 모든 재학생의 현장실무능력 배양에 힘쓰고 있다.

-현장실습제도(IPP)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현장실습제도(IPP·Insustry Professional Practice)는 3~4학년 대학생들이 대학과 협약을 맺은 기업에 나가 4개월 이상 멘토 선배 직원의 지도를 받으며, 전공과 관련된 업무나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전공 실무능력을 향상시키는 산학협동 교육이다. IPP제도는 학생들이 취업 전 실무능력을 키우고, 기업은 별도의 교육·훈련 없이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어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이 2012년 개발한 것을 정부가 2015년부터 전국 대학으로 확산시켜 전국 33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기대가 개발한 ‘교육모델’인 IPP를 다른 대학에 확산시키면 대학 경쟁력 차원에서 손해 아닌가.

▶한기대는 국책대학이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 널리 확산하는 것은 한기대의 ‘사명’이다. 현재 33개 대학에서 우리 대학 IPP제도의 장점을 보고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더 많은 대학이 이를 도입했으면 한다. IPP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구직자인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과정을 제공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불필요한 이직 등 직장 이동을 줄여 사회적 손실을 방지한다.

-정부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기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연 22억원씩 4년간 총 88억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게 된다. 우리는 K-반도체 벨트의 핵심인 충청권 산업 수요 맞춤 특성화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반도체’ 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17만7000명 수준인 반도체 산업인력은 10년 후 30만4000여명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인 6.2%로 잡았을 때 기준치로, 더 큰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만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1997년에 반도체장비 기술교육센터를 설치해 200여평 규모의 대형 클린룸과 30종 이상의 반도체 장비를 갖추고 있다. 소부장분야 관련 기업의 재직자 교육에 집중, 2만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올해도 융합전공 147명, 학과(트랙) 260명 등 총 407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한기대 10대 총장 취임 후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IPP와 같은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한기대는 ‘실천공학교육 모델’이라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론과 실습의 5대 5 비율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100여 개의 랩실 운영을 통한 학생들의 팀티칭 및 전공능력 향상, 산업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졸업연구작품 제작 의무화 등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려면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에 대한 대비다.

-한기대도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이 있나.

▶2023년 고3 학생은 39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3000여명 줄었다. 1994년 수능 도입 후 역대 최저치다. 2040년엔 28만명으로 급감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기대는 6년 연속 신입생 충원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대전 충청지역 일반대학 중 한기대가 유일하다. 2024학년도 수시모집에선 736명의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를 위해 고교생들에게 우리대학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고교 전공체험도 대폭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설문결과, 대학을 알게 된 계기가 고교 선생님이며 대학 지원 동기가 선생님과 부모님 추천이 가장 많다는 점에 착안해 연간 322개고, 536회에 달하는 ‘고교방문 입시 설명회’와 교사간담회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기대는 학생복지 수준이 높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특성화된 교육과정과 더불어 학생복지 수준이 높은 대학이다. 등록금은 한 학기 기준으로 공학계열은 238만원, 사회계열은 166만원 내외로 국립대 수준이다. 학교의 학생 1인당 연간 교육투자비는 약 4100만원 수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약 1700만원)의 2배를 훨씬 웃돈다. 기숙사는 전체 학생의 80.4%를 수용하고 있으며 신입생의 경우 100% 입사가 가능하다. 기숙사 비용도 2인실 기준 학기당 60만~82만원 수준으로 재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고, 농식품부 주관 ‘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 학기 중 재학생에게 1000원의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장학금의 경우 학업성적 우수장학금, 담헌장학금, 나우리 장학금, 외국어 장학금, 신문고 장학금 등 다양한 종류의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연간 학생 1인당 장학금도 342만원이 넘어 1년간의 실질 등록금은 11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한기대는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이란 역할도 하고 있다. 현황과 비전을 말해달라.

▶그렇다. 한기대는 ‘정규 대학·대학원 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이라는 두 축을 모두 가지고 운영하는 유일한 특성화대학이다. 능력개발교육원, 직업능력심사평가원, 온라인평생교육원 등 3개 부속기관의 주요 기능인 직업훈련교사양성·심사평가·콘텐츠 개발을 유기적 체계로 정비하고, 학부·대학원과의 연계를 강화해 직업훈련의 질적 고도화를 선도하고자 한다. 특히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STEP)을 통해 구직자·재직자 등에 대한 개별 온라인 교육 제공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평생직업능력개발 전국 네트워크의 ‘허브대학’으로 발전하는 게 최종 목표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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