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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심한 XXX, 못생긴 000”…악플땐 ‘뻔뻔’ 고소땐 ‘싹싹’ [악성댓글 이대로 괜찮습니까]
악성 댓글 신고 5년 새 2배 급증…검거 건수도↑
일반인부터 유명인, 대기업까지 대상 예외 없어
규제 강화 공감대 형성…징벌적 손배제 필요성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 인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기업 리뷰 사이트에 자신을 향해 ‘업무시간에 주식 거래나 하는 XXX 사장’이라는 악성 댓글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주식 계좌 자체가 없었던 A씨는 혹여 거짓 악성 댓글로 회사 이미지가 훼손될까 걱정돼 작성자를 고소했다.

#. 개인 블로그를 운영 중인 B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비공개로 성희롱성 악성 댓글이 계속 달리는 것을 발견하고 고민 끝에 악플러를 고소했다. 댓글 작성자는 “비공개 댓글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어 공연성 부족으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지만, B씨가 고소를 강행하자 고소 취하를 애원하며 수 차례 반성문을 쓰며 합의금을 제시, 간신히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일반인은 물론, 유명인과 기업,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악플러’들이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혐의로 처벌받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확인 정보나 악성 댓글을 확대·재생산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를 유발하는 악성 댓글에 대해 관용과 선처가 아닌 단호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 악플러에 대한 규제 강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신고건수는 2만925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만3348건과 비교해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고가 증가하면서 검거 건수는 같은 기간 9756건에서 1만8242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수년간 각종 포털과 SNS의 발전으로 다양한 플랫폼 활용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권리의식을 정립했고, 악성 댓글 등의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면서 관련 고소나 고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명인과 공인은 물론 기업과 기업인,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악플러’들이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혐의로 처벌받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아이유(왼쪽), 이준호. [아이유 공식 SNS, 뉴시스]

현행법상 악성 댓글을 달아 적발되면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돼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댓글 내용이 허위사실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유명인에서부터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악성 댓글을 달았다가 처벌받은 사례는 최근 들어 더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수 아이유에게 지속해서 악성 댓글을 남겨 온 악플러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최근 연기자로서 활동 중인 2PM 멤버 출신 이준호에게 악성 댓글을 단 악플러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악성 댓글을 작성한 가해자에 중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2021년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인 C기업 대표는 댓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경쟁 업체를 상대로 5년간 20만건에 달하는 악성 댓글을 작성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기업은 C기업이 작성한 악성 댓글로 수익 감소 등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3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9억원을 배상받았다.

이외에도 C 기업 대표와 임원을 상대로 추가적인 형사고발이 이어지며 해당 대표와 임원이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악성 댓글 규제 강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온라인상에서의 악성 댓글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 10명 중 7명은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처벌이 더 손쉽게 이뤄지도록 처벌 구성요건을 완화해 악성 댓글을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악성 댓글 단절을 위한 대응책으로 이용자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준실명제나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해 유사 범죄 반복을 막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관련 법안 도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실제 지난 2020년 10월 국회에서는 온라인 사용자 식별 수단인 아이디나 아이피(IP) 주소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21년에는 고의적 허위나 불법 정보를 작성한 사람에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적 규제 강화와 더불어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댓글을 작성하는 이용자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신설했다. 욕설이나 비속어 등 악성 댓글을 남긴 전력이 있는 이용자의 댓글 사용을 중지시키는 것은 물론 ‘뉴스댓글 모음’ 창을 통해 이용 제한 사실, 이용 정지 기간 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단호한 법적 대응과 처벌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무분별한 악성 댓글에 따른 피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인터넷 준실명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악성 댓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도입해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티이미지뱅크]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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