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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구난방 100장’ 지속가능보고서 “韓, ESG공시 기준 조속 마련해야” [헤경이 만난 사람-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태 총괄이사]

박유경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표준화된 ESG 공시 표준안을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식 나열로 신뢰성을 챙길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에게 ‘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ESG가 기업 투자를 받기 위한 필수 자격조건이 되고 있다. 기업공시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 6월 말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ISSB)는 글로벌 ESG 공시 표준을 확정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를 기반으로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3분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공시 내용 중 공급망·소비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수치(스코프3)가 심각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는 상황에도 처할 수 있다.

박유경 이사는 매년 7월마다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다고 했다. 그런 그는 “제발 100페이지 넘게 안 썼으면 좋겠다”는 한 줄 평을 내놓았다. 단순히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중구난방식의 정보가 오히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흐리기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업데이트한 핵심 내용만 효율적으로 표로 담아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공시 기준이 없다 보니 일단 백화점식 나열로 쓰고 보는 경향이 있다. 보고서를 읽고 나면 앞으로 이 회사가 그려갈 그림이 잡혀야 하는데 윤곽이 하나도 안 잡히는 곳들도 많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이 처한 첼린지(도전과제)나 대응방안 등을 공유해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알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ESG 공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기업들이 불리한 정보는 빼고 유리한 정보만 공시하려는 ‘워싱’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신뢰성 있는 정보들이 블룸버그나 MSCI 등 플랫폼으로 활발하게 넘어가야 우리와 같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살펴보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을 무엇인지 등 비교·분석하기 용이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 간의 ESG 정보 격차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전력 소비량 공시 영역은 상위 10곳과 나머지 기업들 간 편차가 크다고 짚었다. 올해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 항목을 형식에 맞게 모두 공시한 곳은 삼성전자, 통신 3사 등 15곳에 그친다. 그런 의미에서 박 이사는 “올해 삼성전자가 협력사 등 공급망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선제적으로 스코프3를 공시한 건 의미 있는 선례”라고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ESG 회의론에 대해선 “ESG가 최근 10여년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나타난 ‘반작용’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벌어진 논쟁의 경우, ESG가 정쟁화된 영향도 크다고 했다.

박 이사는 “ESG의 의제는 상법에 기초한 굉장히 상식적인 영역이 대부분”이라며 “ESG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방향으로 지금은 재정비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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