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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갈린 G2 경제-금융 상황에 올 하반기 한국 경제는 ‘흐림’[차이나 리스크 비상]
中, 부동산발 경기 침체…美, 소비 회복에 고금리 기조 유지
G2 경제 상황, 수출·원화 약세 등 한국 경제에 암운 드리워
정부 “범정부 경제상황 합동점검반 활동 강화…필요시 시장안정조치”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중국이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다. 주변국, 특히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 부정적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투입된 자금 중 자체 조달 비중이 커 세계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 수출, 더 나아가 한국 경제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경제 상황도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 내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유인이 커졌다. 이에 따라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점증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향후 사태 전개 등에 따라 국내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경기침체 가시화

2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2.5%, 산업생산은 3.7%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소매 판매 증가 폭은 로이터통신의 예상치인 4.5%에 비해 낮았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로이터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4.4%를 밑돌았다.

실제 올해 6월까지 중국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 성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0.4%, -16.8%를 기록, 기업들의 경영상황도 좋지 않다.

여기에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잇단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중국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비구이위안 디폴트 우려는 한국의 수출과 경상수지, 환율에도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들어 한국의 무역수지나 수출은 전체적으로 바닥을 다지고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대중국 무역수지는 7월에도 12억7000만달러 적자, 대중국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40.8%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청년실업률이 지난 6월 사상 최고치(21.3%)를 찍는 등 당분간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여 대중국 수출 감소는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 가치에 동반해 움직이는 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위안화 약세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높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은 대부분의 자금이 중국 내부에서 조달돼서 내부에서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번 사태 역시 국제적인 회사들이 이들 중국 기업에 빌려준 비중은 20%대로 국제적인 금융위기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한국의 최대 수출국가는 단연 중국으로, 중국 내부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은 한국 기업의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고, 이로 인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 살아나는 미국 경제…고금리 기조 유지 전망

G2의 또 다른 축인 미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실적은 전월 대비 0.7% 상승해 시장 전망(0.4%)을 뛰어넘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3월 이후 미국 내 소매판매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소비가 고금리 시기에도 강하게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양호한 소비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연준이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키우면서 달러화 가치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3.276을 기록해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7월 13일 99.456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는 상당히 좀 더딘 측면이 있다”며 “미 연준이 이례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물가가 여전히 잘 통제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위기가 안전자산인 달러에 돈이 몰리게 했는데, 여기에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더해지며 달러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로 전이될 공산이 크고,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 유지로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국내 경기의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예의주시

중국 침체로 국내 수출 전선에 악영향이 예상되고, 미국 고금리 유지로 위험회피 심리까지 더해진 원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G2의 엇갈린 경제상황으로 ‘물가와 경기’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정부로선 진퇴양난에 처할 수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0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현안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중국 부동산 부문의 어려움,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아직까지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사태 전개 등에 따라 국내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24시간 가동 중인 ‘범정부 경제상황 합동점검반’을 통해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필요 시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현안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기획재정부 제공]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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