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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개 완판”, “꽃다발보다 ‘쿠옹이’”…졸업식 ‘필수템’ 된 대학 마스코트 인형
대학교 졸업식에 등장한 '인형'
대학생들 사이 '필수템' 돼
스냅사진·현수막으로
나만의 졸업 기념하기도
한양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한양대학교 공식 캐릭터인 ‘하이리온’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독자제공]

[헤럴드경제=사건팀 박지영·박지영 기자]#.“치~즈”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졸업식이 한창인 17일 한양대. 한양대의 마스코트인 사자상 앞에서 한 무리의 졸업생들이 졸업 사진을 찍고 있다. 학사모를 쓴 졸업생의 손에는 꽃다발과 함께 파란색 머리를 한 사자 인형이 들려있다. 검은 학위복과 사뭇 상반되는 분위기의 귀여운 인형은 다름 아닌 한양대 공식 캐릭터 ‘하이리온’이다. 졸업생 김모(24)씨는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졸업식 전에 미리 구매했다”며 “인스타그램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면 예뻐서 들고 왔다. 꽃다발만 있으면 허전하다”고 귀띔했다.

졸업 시즌을 맞은 요즘 대학가에선 ‘마스코트 인형’이 인기다. 대학의 상징이 녹아있는 인형을 들고 SNS(사회적관계망 서비스)에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게 졸업생들 사이 유행이 됐다. 1000개 넘게 준비한 인형이 순식간에 동나기도 한다. 졸업을 기념하며 캠퍼스를 배경으로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 스냅 사진을 찍거나 맞춤으로 특색 있는 현수막을 제작해 졸업을 축하하기도 한다.

한양대학교 기념품 상점에는 '하이리온' 기본 캐릭터 인형만 남아있었다. 학사모를 입은 캐릭터 인형은 '레어템'이다. 박지영 기자.

한양대 기념품샵 앞에는 ‘졸업 인형 품절’이라는 안내 표시가 붙어있었다. 기본 인형이 아닌 졸업식 ‘한정판’ 인형은 졸업식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완판됐다. 기념품샵에서 근무하는 50대 초반 김모씨는 “하계 졸업식까지 판매하려고 지난 2월 학위복을 입은 하이리온 1000개를 들여왔는데, 지금은 구매가 불가능하다”며 “수량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아쉬운 마음에 졸업식 기본 인형이나 공식캐릭터가 아닌 인형을 구매한 졸업생도 있다. 학부 졸업생 이모(26)씨는 “졸업을 기념할 수 있는 인형과 꼭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아쉬운 마음에 기본인형이라도 샀다”며 “학위복을 입은 ‘레어템(희귀한 아이템)’을 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한양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위복을 입은 하이리온 인형을 구매한다는 문의 글도 줄지어 올라왔다.

지난 16일 찾은 경희대에서도 마스코트 인형은 인기였다. 붉은색 머리 장식을 한 사자 인형 ‘쿠옹이’다. 경희대 상징색깔의 머리를 하고 있다. 한정판 인형에 이름표와 리본을 달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한 졸업생도 있다. 졸업생 천모(26)씨는 “대학 마스코트 인형은 필수템이다. 꽃다발이랑 인형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인형을 선택할 것”이라며 웃었다.

경희대학교 공식 캐릭터인 '쿠옹이' 인형에 명찰과 리본을 달아 준 모습. [독자 제공]

학위복을 입고 있는 쿠옹이 인형에 리본을 달아준 양주은(23)씨는 “내가 졸업 리본을 매고 있는데 인형은 리본이 없으면 서운해할까봐 리본을 매줬다”며 “인형과 함께 찍으면 특색 있어 보이고, 소속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해인(30)씨는 “학교 공식 캐릭터다보니 안고 찍으면 졸업사진에 포인트가 된다. 학교만의 공식 굿즈가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경희대는 올해 2월 인형에 각자의 이름을 새긴 명찰을 달아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왼쪽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공식 캐릭터인 ‘부’ 인형. 오른쪽은 숙명여자대학교 공식 캐릭터인 ‘눈송이’ 인형이다. [한국외대·숙명여대 제공]

대학 본부 곳곳은 졸업생을 위한 마스코트 인형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마스코트 인형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숙명여대는 ‘눈송이’라는 이름의 캐릭터 인형을 매년 2000개 넘게 주문한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전기, 후기 졸업식 맞아서 1000개씩 주문하는데 매번 완판된다. 올해도 완판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새롭게 마스코트 인형을 만드는 곳도 있다. 한국외대는 올해 2월부터 학사모를 쓴 공식 캐릭터 인형 ‘부’를 새로 제작했다.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만 286개가 판매됐다.

왼쪽은 졸업식을 맞아 인간 화환이 된 졸업생 권모 씨. 오른쪽은 졸업식을 맞아 권모 씨가 자체 제작한 현수막이다. [독자 제공]

대학생활의 마침표를 특별하게 기억하기 위해 사진사를 고용하는 졸업생도 있다. 이른바 ‘스냅사진’이다. 정해진 포즈와 포토 스팟이 있는 기존 졸업식 사진과 달리 실시간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어 인기다. 대학가 곳곳을 누비며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졸업을 축하해주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까지 풍부하게 담는다. 김모(29)씨는 3시간에 10만원을 주고 졸업 스냅사진을 찍었다. 김 씨는 “졸업식은 20대를 보낸 대학생활을 끝내는 마지막 날인만큼 부모님과 함께 이 날을 기념하고 싶었다”고 했다. 졸업하는 선배를 위해 현수막을 만들었다는 권모(24)씨는 “선배들과 보냈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하기도 하고 현수막은 대학친구들이 기억하는 선배의 모습으로 만드는 만큼 편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며 제작 이유를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형이나 캐릭터는 소통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학교와 공존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인형을 매개체로 다른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인스타그램 등 SNS의 유행도 마스코트 인형이 유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go@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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