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산업단지 내 양극재 공장 건설 부지에서 에코프로비엠, SK온, 포드 3사 대표 인사들과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에코프로비엠이 배터리 제조 기업 SK온, 완성차 기업 포드와 캐나다 퀘벡주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3사가 손잡고 배터리 핵심 소재부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3사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백주 베캉쿠아시 소재 한 호텔에서 한국-캐나다 정부인사 등이 동석한 가운데 양극재 공장 건립을 공식 발표했다. 베캉쿠아시 산업단지 내 27만8000㎡ 부지에 총 12억 캐나다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합작 공장을 짓는 것이 골자다.

에코프로비엠이 2월 설립한 현지 법인 ‘에코프로 캠 캐나다’가 공장을 운영하고, SK온과 포드는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다. 3사는 지난해 7월 양극재 생산시설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공장 건립을 위한 제반 사항을 협의해 왔다.

2026년 상반기까지 이차전지용 양극재를 연간 4만5000t(톤)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퀘벡 지역에는 최소 345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시 산업 단지에 들어서는 양극재 공장 조감도. [에코프로비엠 제공]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 주정부는 총 6억4400만 캐나다 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베캉쿠아는 몬트리올의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세인트로렌스강과 통하는 항구를 보유하고 있어 물류 시설과 산업 인프라가 뛰어난 곳이다. 특히 퀘벡 지역은 니켈, 코발트 등 이차전지 핵심 광물이 풍부한 지역이라 합작법인은 광물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3사는 합작공장을 통해 북미에서 소재(양극재)-부품(배터리)-완제품(전기차)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3사의 파트너십 또한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사는 이미 공고한 협업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에코프로비엠이 공급하는 양극재로 SK온이 NCM9 배터리를 만들고, 포드는 이를 대형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에 장착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양극재는 IRA 핵심 광물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SK온-포드-에코프로비엠 양극재 합작공장 건립 발표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SK온 제공]

SK온은 IRA 대응을 위해 북미 현지에서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미국 광물 개발회사들인 우르빅스,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SK온은 현재 북미에서 배터리 공장 2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완성차 파트너사들과 함께 합작법인을 통해 총 4개의 공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공장들이 완공되면 SK온의 북미 연간 배터리 생산 규모는 전기차 170만대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180GWh를 넘는다.

에코프로비엠도 지난 4월 헝가리 데브레첸시에 양극재 공장 착공식을 갖는 등 해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국내 18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국내를 비롯, 유럽과 북미를 포함해 총 71만t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차 산업화 부사장 등 3사 관계자를 포함해 약 150명이 참석했다. 한-캐나다 정부에서도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장관,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 임웅순 주캐나다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SK온-포드-에코프로비엠 양극재 합작공장 건립 발표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SK온 제공]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에 이어 캐나다에 공장을 건설, 명실상부한 글로벌 첨단 양극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캐나다와 퀘벡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현지 채용 등 지역 경제 발전에도 공헌할 것”이라고 했다.

성민석 SK온 CCO는 “합작공장을 통해 3사는 북미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며 “3사는 파트너십을 지속 강화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동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장관은 “3사의 투자로 다시 한번 캐나다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리더들의 선택을 받는 친환경 전략 파트너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캐나다가 배터리 생태계 조성에 힘쓰는 가운데 퀘벡주가 전기차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