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둠의 세계를 떠나 평범한 아빠로…”…정우성 색깔 입힌 영화 ‘보호자’
딸 위해 ‘평범한 삶’ 택한 조폭 아빠
독특·화려한 정우성표 액션 볼거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살인죄로 교도소에서 10년 간 복역한 뒤 나온 수혁(정우성 분)은 조직 보스 응국(박성웅)을 찾아가 이같이 말한다. 수혁은 출소한 후에야 자신에게 딸이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의 엄마이자 옛 연인의 바람대로 ‘평범하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낸 수혁. 그러나 조직은 그런 그가 탐탁치 않다. 조직 2인자 성준(김준한 분)은 ‘세탁기’로 불리는 2인조 킬러 우진(김남길 분)과 진아(박유나 분)에게 수혁을 제거할 것을 지시한다.

15일 개봉한 영화 ‘보호자’는 배우로 잘 알려진 정우성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그는 앞서 ‘나와 S4 이야기’(2013), ‘세가지 색-삼생’(2014), ‘킬러 앞에 노인’(2014) 등 단편 영화를 연출한 바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는 폭력 조직에 몸 담았던 아빠가 딸을 위해 암흑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그린다. 흔하게 다뤄진 소재이지만 이를 보여주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폭력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수혁은 최대한 폭력과 거리를 둔다. 위험에 빠져도 방어적인 폭력만 행사할 뿐 감정적인 폭력은 지양한다. 기존 액션 영화에서 정우성이 보여줬던 강렬한 액션과는 거리가 있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정우성이 이번 영화를 ‘느와르’라고 칭하지 않는 이유다.

정우성은 최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과거의 폭력 행위를 후회하는 수혁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폭력을 질주했을 때 그 책임이 정당화될 수 있나’ 하는 관점에서 보면 폭력은 수혁에게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사람들의 의도치 않게 하는 행위들이 불러오는 파장과 아이러니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담백하게 전개되는 영화에 긴장감을 높이는 것은 정우성의 색깔을 입힌 액션이다. 수혁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수혁은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부착한 칼을 화려하게 휘두르며 ‘1대 다(多) 액션’을 펼친다. 어둠과 빛을 활용한 영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호텔 로비에서 벌어지는 차량 액션에서도 정우성의 액션 야심이 드러난다. 수혁은 차를 몰고 호텔 로비에 난입한다. 조직원들은 수혁을 막기 위해 차에 달라 붙고, 수혁은 이들을 떼어내기 위해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급선회를 반복한다. 마치 몸부림치는 황소를 연상케 한다.

정우성은 이 장면에 대해 “딸을 찾기 위한 아빠의 무절제한 폭력이 아니라 맹수의 공격에 성난 황소의 몸부림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성준이다. 열등감 속에서 조직 내 2인자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성준은 사실상 영화의 갈등 구도를 이끈다. 김준한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 이어 비열한 악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며 재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보호 대상인 딸을 다른 영화보다 주체적으로 그린 점도 눈에 띈다.

정우성은 “아이를 소재나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가 아이 자체로 존재하길 원했고, 미성숙한 캐릭터들 가운데 아이가 가장 성숙한 캐릭터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혁의 행동이 전적으로 설득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수혁과 옛 연인의 전사가 다뤄지지 않아 수혁이 왜 그토록 옛 연인의 바람을 지키려고 하는지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부녀가 유대 관계를 쌓는 과정도 빠져 존재조차 몰랐던 딸을 위해 급작스럽게 ‘평범한 삶’을 선택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영화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