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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달러 환율 급등...‘안전자산 선호’에 출렁이는 아시아
위안화 가치 16년만 최저치 기록
원달러환율 연고점 1343원 돌파
中경제쇼크, 亞 통화 평가절하로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고 심화하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설치된 모니터에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이 달 들어서만 67.3원 넘게 오르며 연고점(1343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1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엔/달러는 일본 통화 당국의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45엔을 넘어서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같은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의 트리거가 된 것은 중국 부동산 경기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나오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급속 냉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위안화의 급격한 가치 절하가 원화와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평가절하로 번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중소은행 신용도 하락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미국발 긴축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중국발 금융 불안까지 겹쳐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미국 긴축 가능성에 아시아 환율 급등=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 초반에만 5원 넘게 뛰며 지난 5월 17일 기록했던 연고점 1343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일 주일사이에만 27.2원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70원 가까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 만큼 출렁임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급격하게 뜀박질을 하자 은행권 달러화 예금에선 보름 만에 65억달러 가까운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 14일 기준 달러화예금 잔액은 509억2962만달러로 7월 말(573억8888만달러)보다 64억5925만달러 감소했다.

위안화 가치 역시 전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29위안으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환율 방어선으로 여기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는 이미 지난 5월 넘어선 지 오래다.

엔/달러 환율 또한 145.615엔에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이후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와 관련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취하고자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중·일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 수출·내수가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부동산 시장 위축까지 더해져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 수출을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동조화(커플링)된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전날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부동산시장 위축이 시스템 위기로 악화될 여지는 적지만 신용리스크 확대, 정부 재정악화 등으로 전이되면서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올해 중국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낮아질 수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중국발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경제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업체의 어려움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중국 당국, 중국 내 금융기관들의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발 긴축 우려도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상승 위험이 계속 목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 단기 고점...“1350원 간다”= 이에 따라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와 더불어 원화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일단 고점은 1350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난 7월 저점 대비로 보면 70원 이상 오르고 있는데,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다소 과도한 상승 속도라고 보고 있다. 어느 정도 단기 고점 근처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점쳐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50원 수준은 외환 당국에서 나설 것으로 본다”며 “통화 정책에서 물가 안정의 핵심 중 하나로 환율을 꼽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원화만 약세인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맞다. 속도 조절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1350원이 뚫리면 그 다음은 1400원이다. 당국이 그런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고 다시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비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다만 10월 이후 지금과 같은 달러 강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와 ‘단기 고점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을 수도 있다”면서도 “10월 중순 이후 다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불안에 더해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정부 부채와 대외 부채가 상당한 미국 경제 대내외 불균형 문제로 달러 가치가 다시 내려가면 연말 즈음 다시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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