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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와인시장 고급화...칠레 ‘떼루아’ 주목할 것”
150년 에라주리즈 채드윅 회장
안데스산맥 바람·해빙수로 제조
와인 중심, 美서 아시아로 이동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 [아영FBC 제공]

“와인의 맛을 넘어 그 포도를 만든 바람, 토양, 물과 같은 떼루아(Terroir·와인 재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한국인에게 칠레 안데스산맥의 바람과 해빙수로 만든 저희만의 떼루아를 전하러 왔습니다.”

칠레 와인 회사 에라주리즈의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수입사 아영FBC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1870년 창립자인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포도밭을 일군 후 150여 년 가까이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인 에라주리즈의 5대손이다. 이 가문은 칠레 10대 와인 회사이자 4명의 칠레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가이기도 하다.

칠레는 프랑스 보르도, 미국 나파밸리, 스페인 리오하,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과 함께 손꼽히는 세계 와인 생산지 중 한 곳이다. 칠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파블로 네루다가 와인을 소재로 한 시(詩)를 쓸 만큼 포도에 대한 자부심이 큰 곳이다.

한국은 코로나19를 지나며 급성장한 2조원대 규모의 와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칠레 와인은 수입량 기준 20%대로 가장 점유율이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데일리 와인’으로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에라주리즈가 대중 와인을 넘어 고급 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한국에게 전하려는 맥락도 여기에 있다. 에라주리즈는 산티아고 부근의 마이포 밸리와 더불어 칠레 심장부의 아콩카구아 밸리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일교차가 크고 온도가 불안정한 기후 조건 때문에 포도의 생장 기간이 길고 진한 향과 농익은 타닌과 깊은 색조를 만들어 내는 게 특징이다.

채드윅 회장은 과거 낮은 생산비를 바탕으로 한 칠레 벌크 와인을 넘어 칠레 고급 와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2004년 세계적인 와인 16종을 블라인드 평가하는 ‘베를린 테이스팅’을 기획했다. 당시 칠레 에라주리즈의 ‘2000 비네도 채드윅’은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을 누르고 상위권을 차지했다.

세계의 와인 전문가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은 칠레 와인 역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2013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12가지 와인 중 칠레 에라주리즈의 ‘돈 막시미아노 2009 빈티지’가 1위로 뽑히면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채드윅 회장은 세계 와인 시장의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채드윅 회장은 “1990년대 세계 와인시장은 미국 중산층이 주 소비층이어서 그들이 좋아하는 달고 리치한 고알코올 와인에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며 “이제는 소비층이 훨씬 더욱 넓고 오히려 각 와인의 다양성과 개성이 주목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드윅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이 개인의 취향과 생산지의 스토리에 주목한 와인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화권 시장은 지역 술이 좀 더 우세하다고 보는데 한국의 경우 고급 와인 시장이 크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떼루아의 독특함과 저희 와이너리에서 난 특별한 피네스(Finesse·균형 잡힌 와인)에 주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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