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5대 시중은행만큼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완전히 식지 않은 상황에서 기록한 역대급 실적에 보험료 인하, 상생금융 동참 등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사는 4조6000여억원, 생명보험사는 3조1000여억원을 벌면서 합산 순이익이 8조원에 달했다. 이는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의 상반기 순이익이 1조217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DB손해보험(9181억원), 메리츠화재(8390억원), 현대해상(5780억원), KB손해보험(5252억원), 한화손해보험(1837억원), NH농협손해보험(1413억원), 롯데손해보험(1129억원) 순이었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이 974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한화생명(7037억원), 교보생명(6715억원), 신한라이프(3117억원), 미래에셋생명(1479억원), 동양생명(1867억원), NH농협생명(1415억원)이 뒤를 이었다.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가운데 이익 부풀리기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지난 14일 콘퍼런스콜에서 “조잡한 이익 부풀리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IFRS17이 2~3년 간 정착될 때까지 적자 출혈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았던 은행들은 올해부터 3년간 10조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카드사들도 소상공인과 취약차주를 위한 1조8000여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반면 보험권에서는 한화생명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030 목돈 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을 내놓은 게 거의 유일하다.

이에 따라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나 취약층을 위한 특별 보험 상품 출시에 대한 금융당국 등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 태풍과 폭우 속에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양호한 데다 역대급 실적까지 거둬 보험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등 7개 중·대형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70%대를 기록했다. 손보업계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적정 손해율을 78~82% 수준으로 보는 만큼, 자동차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최근 태풍에도 다행히 차량 피해가 크지 않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양호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