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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퇴직 7000억 썼는데...갈수록 늙어가는 은행
4대금융 50세 이상 비중 증가
항아리형 구조 인건비 부담 커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인력구조 변화를 시도했던 은행권의 고령화가 되레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은 지난해에만 약 7000억원이 넘는 돈을 희망퇴직에 쏟아부었지만, 인력 적체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이자장사’를 통해 번 돈을 ‘제 식구 배불리기’에 쓴다는 비판 여론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몸집 줄이기’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은행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인건비 줄이려 1년에 수천억 썼는데”...50대 직원 비중은 지속 증가=16일 각 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하나·우리) 임직원(8만6700명) 중 50세 이상(2만700명)의 비중은 약 23.87%로 불과 2년 전인 2020년(22.32%)과 비교해 1.5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의 30세 미만 임직원 비율은 9.99%에서 9.85%로 0.14%포인트 감소했다. 여기다 30~50세 중간 연령대의 비율도 67.6%에서 66.2%로 1.3%포인트 줄어들며, 50세 이상의 비율이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질병으로 분류되던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더욱 공고히 된 셈이다.

예컨대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빨랐던 A금융그룹에서는 최근 2년간 50세 이상 임직원 비율이 25.4%에서 28.5%로 3%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미만 임직원 비율은 9.7%에서 9%로 감소하며, 50세 이상 임직원 비율의 3분의 1 아래로 내려왔다. 이밖에도 BNK금융, JB금융 등 지방지주사들에서도 50세 이상 임직원 비율이 2년 새 각각 1%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갈 길 멀었다지만...‘제 식구 배불리기’ 비판은 가중=주요 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 변화에 힘썼지만, 고령화 흐름을 바꾸지 못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금융권 비대면 서비스가 급속도로 고도화하며, 은행들의 인력 감축 필요성은 증대했다. 잇따른 순이익 상승으로 판관비 활용에도 여유가 생겼다. 이에 은행들은 희망퇴직 금액을 높이고 대상 연령대를 확대하며 ‘몸집 줄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높은 인건비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4대 은행은 지난해에만 약 7377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했다. 2020년(6109억원)과 비교해 1000억원이 더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참여한 퇴직자가 2000명 남짓인 것을 고려하면, 인당 평균 4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수령한 셈이다. 4대 은행은 올해 초에만 희망퇴직을 통해 1729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등 꾸준히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희망퇴직 인원 대비 퇴직 대상 직원의 수가 많아, 단기간에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으로 많은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주요 대상이 되는 60~70년대생 직원들의 인력 비중이 넓고 굵게 분포돼 있다 보니 빠른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며 “은행권 전체에서 인력 감축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으니, 차차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갈 길이 먼 인력구조 해소에도 걸림돌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희망퇴직금, 성과급 등에 막대한 지출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자장사로 ‘제 식구 배불리기’에 열중한다는 여론 비판이 가중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 3분기부터 은행에 희망퇴직금 산정기준 등 세부내역을 공개하게끔 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희망퇴직 금액이 커 보이긴 하지만, 고용을 유지하면서 드는 인건비가 더 큰 데다 장기적인 비용 절약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론이나 당국의 움직임을 역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은행들도 무작정 퇴직 규모를 늘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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