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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바지 입고 조종간 잡았다…하와이 휴가중 파일럿, 불길 속 300명 살려
빈스 에켈캄프 [CBS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화재로 1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하와이에서 휴가 중이던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가 직접 조종간을 잡고 관광객 300명을 탈출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CBS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산불로 아비규환이 된 카훌루이 공항에 승객이 몰린 가운데 긴급 항공편에 필요한 기장을 구하던 상황에서 미 유나이티드 항공 데스크에 조종사 빈스 에켈캄프가 찾아와 조종을 자원하고 나섰다.

기장과 승무원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항공사에 에켈캄프는 “내가 시간이 된다”며 자신을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기장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언론 등은 에켈캄프가 이번 하와이 산불 참사 속에서 300명 넘게 탄 여객기를 조종해 미국 본토로 무사히 귀환하면서 ‘영웅’으로 불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창밖의 세찬 바람 소리에 눈을 뜬 빈스는 일단 공항으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에켈캄프의 가족은 나무가 뽑혀 나가고 지붕이 무너지는 도로를 뚫고 가까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카훌루이 공항은 섬을 탈출하려는 관광객들이 모여 아비규환이었고 강풍을 타고 불길이 번지면서 항공편은 줄줄이 결항됐다. 빈스 가족이 예약했던 본토로 가는 운항편도 연착되며 다른 승객들과 함께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때 에켈캄프는 “거기에 내가 아는 후배 파일럿이 한 명 있었다”면서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다른 파일럿을 구하지 못한 항공사 측은 그에게 연락해 조종간을 맡겼고, 이튿날 그는 300명 넘게 탄 여객기를 몰고 무사히 본토에 착륙했다. 비행기에는 빈스의 부인과 딸도 함께 탔다.

에켈캄프는 “내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폴로 셔츠에 반바지, 테니스화 차림으로 비행기를 조종했다. 그건 정말 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돌아와 안심됐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마음은 마우이에 남아있다. 그곳은 처참했다. 산불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커다란 퍼즐의 한조각이었을 뿐”이라며 “마우이에 필요한 것은 너무나 많고 내가 한 일은 극히 작다. 내가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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