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오는 15일로 1년이 된다. 복권 후 1년 동안 이 회장은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사업을 챙기고 밖으로는 글로벌 경영 보폭을 확대하며 강도 높은 투자를 집행, 삼성의 미래 사업 곳곳에 ‘초격차 DNA’를 이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 회장과 관련해 언론 등에 공개되거나 알려진 해외 방문 국가만 10개국이 넘는다. 복권 후 첫 해외 출장으로 지난해 9월 중남미와 영국을 다녀온 데 이어 회장 취임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과 삼성전자 베트남 R&D 센터 기공식을 챙겼다. 올해 들어서는 연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을 비롯해 3월 일본 방문, 4월 미국 국빈 방문, 6월 프랑스·베트남 순방에도 다른 경제인들과 동행했다.
특히 지난 5월 국빈 방문차 출국한 미국에서 이 회장은 동·서부를 오가며 해외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 회장은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를 방문해 바이오 호아킨 두아오 J&J(존슨앤드존슨)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 등 그가 ‘제2의 반도체’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제약사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이어 실리콘 밸리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도 만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앞서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형기 종료 후에도 5년간 취업제한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복권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해외 출장 일정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자임한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서도 수시로 해외에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 첫번째)과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오른쪽 네 번째)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글로벌 기지만 챙긴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복권 후 첫 현장 행보로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삼성생명·삼성SDS 등 국내 사업장을 살피고,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현장도 두루 다녔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위기 국면을 맞이한 삼성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도 피치를 올리는 모습이다.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인 미래 준비 필요성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2042년까지 향후 20년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총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직접 고용 3만명을 포함해 고용 유발만 160만명이 예상된다. 삼성은 반도체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는 향후 10년간 충청·영남·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6년까지 충남 아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현대차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처음 손을 잡는 등 전장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개발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속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 발굴을 위한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했다.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곧 국내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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