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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 홈쇼핑이 위기에 빠진 이유 [언박싱]
위기의 홈쇼핑 ①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홈쇼핑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유통가에서 많이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홈쇼핑의 몰락’이다. 실제 한동안 유통 강자로 군림한 홈쇼핑업계가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소비심리 둔화, TV 시청 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데, 송출수수료 부담만 커져 사업성이 악화일로다. 이 틈을 타 쿠팡 등 새로운 ‘유통 공룡’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면서 홈쇼핑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요새 TV를 누가 봐”…홈쇼핑업계 실적, 잇달아 추락
CJ온스타일이 이달 초 진행한 ‘갤럭시 Z 플립5 · Z 폴드5’ 론칭 기념 쇼케이스 장면. [CJ온스타일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비용 증가·경쟁구도 심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최근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소비 심리가 둔화된 데다 핵심 소비층인 TV 시청 인구까지 줄면서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TV 평균 이용시간은 2020년 2시간51분에서 지난해 2시간36분으로 줄었다. 시청시간도 평일은 2시간39분에서 2시간26분으로 줄었고, 주말도 3시 21분에서 3시간1분으로 감소했다. 연도별 필수매체 인식 추이에서도 2015년 스마트폰이 TV를 처음 역전된 뒤 그 차이가 계속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TV를 필수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이 27.5%로, 스마트폰(70%)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홈쇼핑업체의 TV 매출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의 전체 매출액 대비 방송 매출액 비율은 ▷2018년 60.5% ▷2019년 56.5% ▷2020년 52.4% ▷2021년 51.4% ▷2022년 49.4%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은 홈쇼핑업체들의 실적 하락과 직결된다. 실제로 CJ온스타일·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가나다순), 주요 3사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CJ ENM 커머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5억원)에 비해 4.1% 줄었다. 영업이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사업성이 개선됐던 2020년 498억원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다. 롯데홈쇼핑은 특히 새벽방송 중단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92.8% 줄어든 2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도 2020년 376억원 이후 2021년 310억원·지난해 280억원으로 하락세다. 현대홈쇼핑도 2019년 4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계속 감소했다. 올해에는 4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177억원까지 줄었다.

송출수수료, 연평균 8%↑…“채널 뒷 번호로” 사정해도 ‘묵묵부답’
송출수수료 추이 [한국TV홈쇼핑협회 제공]

설상가상 홈쇼핑업체들이 케이블TV·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하는 송출수수료는 나날이 늘고 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총 1조9065억원이었다. 이 수수료는 2014년(1조374억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뒤 매년 평균 8%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방송 취급고(판매한 상품 금액 총합)이나 매출액 대비 비율도 매년 증가세다. 취급고 대비 송출수수료는 2018년 15.1%에서 지난해 19.1%로,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는 2018년 46.1%에서 지난해 65.7%로 커졌다.

일부 홈쇼핑업체는 채널 번호를 뒷 번호로 옮겨서라도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싶어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 눈치를 보느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채널 번호가 앞쪽이냐 뒤쪽이냐에 따라서 송출수수료가 크게 달라진다”며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뒷 번호로 옮겨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는 있는데 그 자리를 채울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송출수수료를 합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업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대책을 보면 대체로 ‘문제가 생기면 그때 얘기해 보자’는 식의 사후약방문일 때가 많다”며 “이런저런 움직임에도 업계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새판’ 들어서는 유통 생태계…홈쇼핑도 출구전략 고심
롯데홈쇼핑의 가상인간 루시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행사에 VIP로 초청받았다. 루시가 갤럭시 신제품을 사용해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 제공]

유통 생태계 자체가 급격히 바뀌고 있는 상황도 홈쇼핑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편에서는 쿠팡·네이버 같이 막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한 메가 플랫폼이 장악력을 키우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무신사나 오늘의집 같은 버티컬(특정 카테고리 상품만 파는 것) 플랫폼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는 TV홈쇼핑과 사업 영역이 밀접한 라이브방송(라방)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네이버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는데, 최근 유튜브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판이 요동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새롭고도 강력한 ‘플레이어’가 입지를 키워나가면서 ‘종합몰’ 형태를 띄는 플랫폼들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수익성이 좋은 PB(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거나 IP(지식재산권) 사업을 키우는 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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