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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전쟁 장기화 전망 고조...트럼프 당선되면 종전? [디브리핑]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훈련 지역에서 새로운 FPV 무인 항공기의 시험 비행을 지켜보고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우크라이나 대반격의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전쟁이 내년을 넘어 내후년까지도 이어지며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푸틴 정권의 실패 등 굵직한 변수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여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6월 초 대반격을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영토 수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지만 러시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몇 개의 마을을 탈환했지만 지난해 가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헤르손과 하르키우에서 성공을 거둔 것과 같은 전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또 남쪽 아조프해 항구도시인 베르단스크와 멜리토폴로 나아가려 하지만 러시아의 방어선을 돌파하는데 난관을 겪고있다.

싱크탱크 RUSI 닉 레이놀즈 지상전 연구원은 최근 미국 CNBC에 “러시아는 올해 초 몇 달간의 시간을 벌어 방어태세에 들어갈 참호를 탄탄하게 구축했다”며 “지금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의 1차선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곳곳에 지뢰밭이 있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 영국 합동군 사령관 리차드 바론스 장군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크라이나는 올해 안에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양측은 싸움을 통해 각자가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서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 전쟁에서 지는 것은 곧 정권의 위기이므로 매우 절박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역시 빼앗긴 영토를 포기할 마음이 없고 싸울 의지 또한 여전하기에 결국 2025년까지 이 전쟁을 끌고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면 작은 승리라도 거둬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장기화는 우크라이나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세금 부담에 대한 자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이려 하지만 평화 협상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이달 5~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이 열렸다. 중국, 인도 등 42개국 고위급 인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참석하지 않았고, 회담이 끝난 후 공동 성명도 없어 구체적 조치 도출에는 실패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회담에 대해 “서방이 실패할 운명인 헛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대변인도 회담에 앞서 백악관이 이 회담으로 어떠한 ‘실질적인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냉담한 입장을 보였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결국 교착상태에 머무르다 한국전쟁과 같이 휴전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 역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새뮤얼 차랍 수석연구원은 최근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방의 공격 능력을 파괴하는 군사적 승리를 거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랍 연구원은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두 나라가 멀리 와버렸기에 어떤 종류의 평화 조약이나 외교적 해법을 논의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모든 근본적인 요소가 제자리에 남은 채로 폭력을 멈추는 휴전만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어차피 휴전을 택할 것이라면 가능한 빨리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거 한국전쟁이 휴전 협상에만 2년이 소요됐고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계속 발생, 미국의 비용이 들어갔다는 것을 고려하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취지다.

반면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 반란 사태에서 보았듯이 푸틴 대통령이 장악한 러시아 시스템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피오나 힐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바그너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푸틴을 비롯해 모든 권위주의 시스템은 부서지기 쉽다는 것이며, 러시아도 무대 뒤에서 많은 싸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푸틴 자신도 실패하든 성공하든 모두 책임을 져야하기에 부담감이 엄청날 것”이라고 FA를 통해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미국 2024년 대선이 우크라이나전쟁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수차례 “우크라이나 분쟁을 하룻밤 사이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전쟁이 미국의 국익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설파해왔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전쟁 개입은 훨씬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힐 선임은 수백 년의 중립 기조를 포기하고 차례로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각국이 이 전쟁을 지근거리에서 모두 지켜보았으며 스스로 다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는 것은 단지 미국만이 러시아의 협상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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