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이유...男 "경제적 불안정" 女 "혼자가 더 행복"
성별 출산 거부 女 56.8%>男 38.5%..."육아 부담"
저출산 원인은 경제적 부담>주거 불안정>고용 불안정 순
한미연 "직장 만족도 높을수록 출산 의향 높아...근무환경이 중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대한민국 20~39세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에 대해 남성의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또, 응답자 중 47%는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열에 여섯 가량은 출산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30대 여성의 경우 자녀를 낳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4.7%에 그쳤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7일 이런 내용의 결혼·출산에 대한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문 리서치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진행됐다. 조사는 전국 15~59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정량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신뢰도 향상을 위해 결혼·출산의향 및 성별을 기준으로 6개 그룹의 표적집단을 구성한 후 사전 심층면접을 통해 설문 문항을 도출했으며 다시 이를 여러 차례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게티이미지뱅크] |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20~39세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미혼남성의 비혼 응답률은 36.4%, 미혼여성은 50.2%로 성별에 따라 13.8%포인트(p) 차이가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20대 남성이 33.2%, 여성은 46.1%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30대 남성의 비혼 응답률은 41.0%, 여성은 56.6%로 나타났다.
30대의 비혼 의향이 전반적으로 20대보다 높고 성별 간 인식차이도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한 30대 여성은 16.3%로 같은 연령대 남성 응답률인 8.7%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2.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40.8%)’ 순으로 응답해 경제적 상황과 현실적 조건을 비혼 선택의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3%)’, ‘다른 사람에게 맞춰 살고 싶지 않아서(34.9%)’ 순으로 응답했으며, ‘가부장제 및 양성불평등에 대한 거부감(34.4%)’이 남성(8.2%)보다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 결혼 후 변화하는 삶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결혼이 직업적 성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이 69.1%로 남성(38.6%)보다 30%p 이상 높게 나타났다.
출산 의향에 있어서도 성별 간 차이가 드러났다. 20~39세 미혼 응답자 중 47%가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가운데, 남성의 비출산 응답비율은 38.5%, 여성은 56.8%로 18.3%p 차이가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비출산 의향의 차이는 비혼 의향 차이보다 4.5%p 높아 출산관련 남녀 인식격차가 결혼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대에 따라 비출산 의향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으나 여성의 경우 ‘꼭 자녀를 낳을 것이다/ 낳고 싶다’고 응답한 30대 비율(4.7%)이 20대 응답률(9.3%)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남성의 경우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43.6%)’,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1.5%)’ 순으로 응답했다. 여성은 ‘육아에 드는 개인적 시간·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49.7%)’,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35.1%)’ 순으로 응답했다.
남녀 모두 출산은 결혼에 비해 시간과 자기 희생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성은 경제적 부담감을, 여성은 심리적 부담감을 높게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여성은 출산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25.1%)과 출산·양육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13.1%)에 대해 남성보다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 현상을 야기하는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52.8%)’과 ‘주거 불안정(41.6%)’, ‘고용 불안정(25.5%)’ 순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출산 이후 직장 등에서의 부당한 처우를 원인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여성은 23.4%, 남성은 10.8%로 출산 이후 직장처우에 대한 남녀 간 인식차이(12.6%p)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59세 기혼 유자녀 응답자 중 여성의 74%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의 경력단절 경험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여성의 경력단절 경험비율이 남성의 6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6년 정도의 경력단절을 겪었고, 이로 인해 경제활동이 단절되고 공백기가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한 여성은 “유자녀 여성은 채용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산 후에는 기존 직장보다 처우가 낮은 수준의 회사에 취업하거나 취업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출산 후 취업의 고충을 토로했다.
결혼에 부정적 의사를 밝힌 20~39세 미혼 응답자(603명) 중 결혼의 걸림돌이 해결될 경우 결혼할 의향(결혼의향 유동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로 조사됐으며 남성의 결혼의향 유동성(32.5%)이 여성보다 5.8%p 높게 나타났다.
출산의 경우, 부정적으로 응답한 20~39세 미혼 응답자(662명) 중 24.5%가 비출산 원인 해소 시 출산할 의향(출산의향 유동성)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남녀 간 차이는 결혼의향 유동성보다 다소 낮은 수준인 3%p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실제로는 결혼과 출산 행위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결혼·출산 이후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정적 효과로 의해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한 집단으로 파악된다.
[게티이미지뱅크] |
반면 직장 만족도가 높은 20~39세 미혼자는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68.4%가 ‘결혼을 할 것이다’ 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만족도가 낮은 집단은 긍정적 응답률이 46.3%에 그쳐 두 집단 사이에 인식 차이(22.1%p)가 크게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 만족도에 따른 출산 의향도 만족하는 집단(60.2%)이 불만족 집단(45.2%)보다 15%p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여성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 중 현재 직장에 만족하는 집단은 결혼 의향이 66.3%, 출산 의향이 55.8%인 반면, 불만족 집단은 37.1%와 32.6%에 그쳐 각각 29.2%p, 23.2%p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직장 만족도에 따라 결혼 의향은 최대 14.2%p, 출산 의향은 최대 5.2%p 차이가 있었다.
이 결과는 남녀 공통적으로 직장 만족도가 결혼과 출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여성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여성 직장인 중 현재는 출산의사가 없으나 추후 변동될 수 있는 유동층의 절반 정도가 불만족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직장 만족도가 저출산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70.8%), 육아휴직 보장(63.0%), 출산 후 복귀 직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56.9%), 출산장려 분위기(46.4%) 등이 높은 순위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들어 여성의 고용률과 출산율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한미연의 조사 결과는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이 양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혜정 한미연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자체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보다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의 근무환경에 따라 출산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한편, 2012년 48만5000명이던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인 24만9000명을 기록했다. 올해 출생아 수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