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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둔형 외톨이, 정신질환 방치,범죄 영상 유포 ‘묻지마 범죄’ 토양됐다
신림역·서현역 피의자 사회적 고립 상태
대전교사 피습 피의자는 조현병 진단
실시간 범죄 영상 유포…검색하며 영향 받아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과 연결된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시민 14명이 다쳤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사건팀 박지영 기자]2명 사망, 16명 부상. 서울시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묻지마 범죄’가 2주 만에 연달아 터지면서 시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묻지마 범죄’가 청년 실업으로 인한 은둔형 외톨이 증가,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부실,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한 무분별한 범죄 영상 유포 등이 중첩돼 폭발한 사건으로 분석한다.

▶현실 감각 떨어지는 ‘은둔형 외톨이’ 위험=7일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수사전담팀에 따르면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모(22)씨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은 전과 3범으로 14번 소년부 재판을 받았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일용직을 전전하며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최씨와 조씨가 성격 장애, 폭력성 등으로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오며 ‘은둔형 외톨이’가 된 점에 주목했다. 묻지마 범죄는 크게 ▷만성불만형 ▷정신장애형 ▷현실불만형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은둔형 외톨이는 이 중 현실불만형으로 발달할 위험이 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은둔형 외톨이, 고립 청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은둔·고립 상황에서) 현재 상황을 비관하며 반사회적 사고가 싹틀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상황을 타인의 탓으로 과잉 일반화하고 단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립에 대한 불만이 사회를 향한 분노가 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로 발현된다는 분석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이론 중 유대이론이 있다. 친구, 부모님, 친척, 직장 동료, 선생 등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 살아야 범죄가 억제된다는 이론”이라며 “은둔형 외톨이는 유대 관계 없이 홀로 지내며 현실에 적응을 못하는 상황이다. 혼자서 폭력적인 영상물, 게임 등을 접하면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격 장애’ 방치가 묻지마 범죄 키울수도=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부실도 묻지마 범죄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일 발생한 대전 고등학교 교사 피습 사건의 범인인 20대 남성 A씨 또한 지난해 조현병 진단을 받았으며, 병원이 입원 치료를 권유했으나 거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현역 사건 피의자 최씨의 경우 2015~2020년 2개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으며 2020년에는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최준호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성 성격장애는 사회적 관계 단절, 위축 등 겉으로 봤을 때는 조현병과 비슷하지만 환청, 망상이 없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조현성 성격장애가 무조건 조현병으로 발달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조현병의 전단계일 수 있으니 유심히 관찰하고 개입할 필요는 있지만 인권 침해 등 문제로 적극적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청소년 시기 정신 건강적 측면의 개입, 정신질환 단계에서 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범죄 영상 유포 모방·자극 범죄 키운다=온라인으로 유포되는 범행 영상 등 관련 정보가 유사 범죄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범행 전 지난 6월 발생한 홍콩 쇼핑몰 무차별 살인 사건을 검색했고, 최씨 또한 ‘신림역 사건’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모방범죄는 자극 모방과 수법 모방이 있다. 수법 모방의 경우 의도적으로 A라는 범죄를 모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를 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게 되는 것”이라며 “‘칼부림’이라는 범죄 형태가 겹친다. 범죄의 화약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상의 무분별한 정보 유포가 잠재된 범죄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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