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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71억 어디갔나…새만금 잼버리 예산·행정 모두 ‘총체적 부실’
유치활동 보고서 ‘그늘 있는 휴식장소 마련할 것’ 명시에도
시설물 설치, 숲 공간 조성, 배수로 시설 설비 모두 미비
조직위원장만 5명…행정분산 비판도
사업비는 1171억여원…조직위 운영비에만 740억원 이상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 참가자들이 머물 텐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안효정 기자]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사실상 파행 국면을 맞았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 대표단은 행사장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행 총회에서 2023 세계 잼버리 대회의 개최지로 새만금 유치가 결정된 이후 준비 기간 까지는 6년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와 벌레 물림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폭염 대비도 예견됐지만,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대회 유치활동 결과보고서를 보면 ‘개최지의 8월 최고기온인 36도를 웃도는 점을 감안해 조경 및 시설물 설치를 통해 그늘이 있는 휴식장소를 확보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해 간척지에 가장 잘 자라나는 나무를 잼버리장 곳곳에 심어 풍성한 숲 공간이 조성하고, 서브 캠프 안에 음료공급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며 우기 시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토질개선 작업 및 배수로 시설 설비를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휴식장소를 위한 시설물 설치, 숲 공간 조성, 배수로 시설 설비 모두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대회 숙영지를 보면 더위를 피할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폭염 대책으로 마련했던 덩굴 터널과 안개 분사 시설, 폭우 대비책인 배수로와 양수기 등으로는 원활한 캠핑을 이어가기에 역부족이었다.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예행연습 무산 등으로 이번 대회의 실패가 이미 예정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위원장이 5명이나 되면서 행정력이 분산됐다는 점도 이번 대회의 부족한 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7월엔 ‘프레잼버리’가 개최를 2주 앞두고 취소된 바 있다. 당시 조직위와 전북도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들었으나 기반시설이 미비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상 새만금 잼버리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지만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으로 책임이 분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각 부처가 이번 대회에서 제각기로 운영됐다”이라며 “공동위원장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소통과 조율했는지가 중요한 문제인데, 공동 협업 정신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정부의 협업체계 난립상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6일 오후 광화문 서울 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해 출발 전 환호하고 있다. [연합]

조직위 운영 예산에 대부분의 운영비가 투입된 되면서 ‘예산 집행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등 주최 측의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총 사업비는 1171억여 원이다.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예산 380억원보다 3배나 많고 1991년 고성 세계 잼버리 예산 98억원의 10배 넘는 수준이다. 여기서 이번 대회 예산 중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잼버리 행사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에는 235억원, 야영장에는 129억원, 직소천 활동장에는 36억원, 대집회장에는 30억원 등이 투입돼 조직위 운영비에 한참 못 미치는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예산 집행의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며 “잼버리를 개최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적절히 쓰는 부분이 확연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대원들이 퇴영 결정을 내리면서 잼버리 행사가 관광 행사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전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을 환대하고자 이날 긴급히 시티투어버스 운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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