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설명하는 모습.[그래픽=김지헌 기자]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칩 패키징 수요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칩 수요 폭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결국 삼성이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TSMC로부터 주도권을 뺏을 기회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로써 후발주자 중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TSMC는 자사 반도체 패키징 서비스 공급 수준이 AI 칩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선로가 새겨진 반도체 칩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기능이 잘 구현되도록 연결하는 막바지 작업을 뜻한다. 최근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공급하며 AI 서버 시장의 폭발적인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TSMC가 아닌 다른 업체로의 패키징 아웃소싱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에게 기회가 왔다”고 평가했다. AI 칩 수요 증가로 인해 TSMC의 패키징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동안 강조돼 왔던 TSMC의 경쟁력에 큰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TSMC가 현재까지 파운드리 업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유지한 이유가 7나노미터 이하 첨단 칩 기술뿐 아니라 최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를 시행하며 고객사들을 만족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그런데 TSMC가 AI 칩 패키징 공급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고객사 불편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주요 AI 업체들이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TSMC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칩 고객사들을 이끌어 왔다. ‘CoWoS’는 2.5D(차원) 패키지 기술을 이르는 TSMC의 브랜드명이다. 최근 AI 업계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칩 또한 이 패키징 기술로 구현된다. 엔비디아 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판 중앙에 올려놓고,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가장자리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업계에선 TSMC가 제공하지 못하는 CoWoS 서비스를, TSMC의 오랜 파트너인 후공정(반도체의 검수와 포장) 기업인 ASE나 앰코에서 맡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CoWoS의 기술적 난도를 생각할 때 생각보다 수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삼성의 2.5D 패키징 기술인 ‘H-큐브’의 도해 [삼성전자 웹페이지 캡처] |
결국 삼성이 TSMC의 빈 자리를 빼앗아 AI용 고성능컴퓨팅(HPC) 관련 패키징 기술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 반도체가 자사 HBM-2.5D 패키징 턴키 솔루션 공급하는 데 성공할 경우, 추후 엔비디아 등 AI 선도 기업들의 칩 생산 수주 폭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삼성은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패키징 기술 ‘반격 카드’를 최근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첨단 패키지 기술 강화와 사업부 간 시너지 극대화를 목적으로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내 AVP(어드밴스드 패키지)사업팀을 신설했다. 현재 삼성은 HBM과 연산 기능 칩을 담은 ‘H-큐브’(2.5D 기술) 패키징 기술을 고객사들에 제공할 수 있다. 지난 4월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패키징 턴키 서비스를 시작해 설계사들의 칩 제작 편의를 최대한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멀티 다이 통합) 얼라이언스’의 출범 역시 새롭게 알리며, 파트너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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