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무역수지가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내면서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수출액은 503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6.5%줄면서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사진은 수출입 화물을 선적·하역하는 컨테이너 항구 모습. [연합]

7월 무역수지가 16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2개월 연속 흑자는 2021년 11월 이후 20개월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수출·수입이 동반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폭으로 줄어들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마냥 반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원유·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하기 위해 지급한 금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수출은 반도체와 대(對)중국 시장 부진으로 10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지속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34% 가까이 급감해 시장 상황 개선이 여전히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1일 이같은 내용의 7월 수출입 동향(통관 기준 잠정치)을 발표했다. 7월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6월 11억3000만달러 흑자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며, 흑자 규모도 소폭이나마 확대됐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였는데,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29개월 연속 무역 적자 이후 27년 만에 가장 긴 연속 적자였다.

월별 무역 적자는 지난 1월 125억4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3억3000만달러, 3월 47억3000만달러, 4월 27억3000만달러, 5월 21억2000만달러로 점차 줄어들다가 6월 흑자로 돌아서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1∼7월 누적 적자액은 248억달러로, 여전히 지난해 적자액(478억달러)의 52%에 이르고 있다.

7월 수출액은 503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업황의 회복 지연, 작년 7월 수출액이 역대 7월 기준 최고 실적(602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는 자동차(15%), 가전(2.5%), 일반기계(3.2%)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반면, 반도체(-33.8%), 석유제품(-42.3%)·석유화학(-24.5%) 등 품목 수출은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큰폭 줄었다.

단일 품목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은 12개월째 마이너스권이다. 산업부는 메모리 감산 효과 가시화와 고성능 DDR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25.1% 감소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해 6월이후 14개월째다. 이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8.3%), 아세안(-22.8%), 유럽연합(EU·-8.4%), 중남미(-6.7%), 일본(-5.9%), 인도(-39.5%)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나란히 감소했다.

7월 수입액은 487억1000만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25.4% 감소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원유(-46%), 가스(-51%), 석탄(-46%) 수입액이 감소한 것이 전체 수입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수지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흑자기조 유지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적극적 투자유치를 통해 수출 확대 기반을 강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 정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