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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업할 돈 없어서 알바 뛰어” 진퇴양난에 빠진 사장들
불황 지속에 폐업 고민 자영업자들 느는데
대출 상환에 철거 비용까지…'진퇴양난'
“서빙알바·대리기사 투잡 뛰며 월세 메꿔”
서울 한 주요 상권의 폐업 매장.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정목희 기자] “엔데믹인데도 매출이 안 오르니 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 원금 상환 때문에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호프집 서빙 알바라든지, 투잡 뛰면서 월세라도 메꾸는 분들도 있고요.” (서울 용산구 소재 카페 사장 A씨)

문을 닫고 싶어도 닫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폐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영업을 해야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1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받았던 대출 원금을 폐업 시 바로 상환해야 하는 것에 더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철거비용도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경기 회복이 되지 않는 데다 인건비 부담도 늘어서 주변 자영업자 상당수가 폐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실제 폐업한 사람은 2명에 그친다”며 “폐업하면 대출금 원금 상환을 바로 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결국 ‘투잡’을 해 번 돈으로 매장 영업을 이어나가는 이들도 있다. A씨는 “주변을 보면 남자 분들은 새벽에 대리 기사로 일하거나, 본인 매장엔 알바생을 놓고 다른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철거 자체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에서 30평 크기의 영어학원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B씨는 철거에만 600여만 원을 부담했다. B씨는 “1000만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어 그나마 싼 곳을 고른 것”이라며 “비용 부담이 컸지만 당장 월세 낼 돈이 안 나와 어쩔 수 없이 폐업했다”고 했다. 한 철거 업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철거 의뢰를 했다가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듣고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다른 철거 업체 관계자 역시 “가게 하나 철거하는 데 인원만 5명은 필요하니, 인건비만 100만원 정도 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는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초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자영업자 500명 중 59.2%는 폐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폐업에 대한 부담이 두드러졌다.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 중 ‘대출금 회수 부담’과 ‘철거·원상복구 등 폐업 시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은 사람은 각각 8.3%, 2.4%였다.

폐업마저 어려운 빚투성이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자영업자 연체율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전국 지역 신보의 보증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분기 대출 보증 이용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51로 지난 2분기보다 8.8 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4분기 이후 33개월 만에 최고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보니 아이템이나 제품 서비스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에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특히 카페가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겼다”라며 “카페가 많다보니 결국 손님 유치하기 위해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수익도 줄어서 버티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높아진 대출이자, 인건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고물가에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태”라며 “버틸 여력이 없어진 자영업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에게는) 코로나는 견뎌도 고금리는 견디기 힘든 것”이라며 “갈수록 높아지는 연체율에 상환 부담이 더해지면 폐업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lee@heraldcorp.com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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