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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레’ 습격에 ‘질병’ 확산까지…일상 위협하는 기후 변화
열대거세미나방·러브버그…'온난화'에 국내 상륙
식물학자 “월동 시작하면 국내 확산 시간 문제”
질병 불러오는 기후변화…감염병 218종 악화시켜
지난해 수도권에서 출몰한 ‘러브버그’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최근 북한산 꼭대기인 백운대에 러브버그, ‘붉은등우단털파리’ 떼 영상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러브버그 떼가 백운대 정상 바위가 검게 보일 정도로 뒤덮은 영상에는 등산객까지 덮쳐 충격을 줬다. 지난해 처음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 도심에 등장한 러브버그는 그간 국내에 보고된 적이 없는 미기록종이었다.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정체불명의 벌레가 출몰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서식하는 ‘열대거세미나방’이다. 옥수수 등 작물의 잎과 줄기, 이삭까지 갉아먹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이 나방은 지난 4월 제주도에서 올해 처음 확인된 후 전남 여수, 경남 고성, 울산에서 연이어 발견됐다.

이 벌레들이 뜬금없이 국내에 나타난 배경엔 ‘기후변화’가 있다. 두 벌레는 모두 열대 지방에 주로 서식한다. 온난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화하면서 국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례에서 드러나듯 기후변화가 농민의 생계부터 도심 거주자의 일상까지 파괴하고, 나아가 질병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위협적인 징조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벌레 습격’에 시름하는 지구=국내에 처음 보는 벌레 종류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의 ‘아열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로 나온다.

러브버그 떼가 출몰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숲속에 남아있던 러브버그가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미국 곤충학회가 발간한 학술지 '종합적 유해생물 관리'에 게재한 논문에서 "앙상블 종 분포 모델링 결과 앞으로 50년 내 동북아시아와 일본 상당 부분이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진은 서울이 붉은등우단털파리 서식 '북방한계'가 됐다면서 이는 북위 33도보다 남쪽 아열대에 살던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온대지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2016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돼 한국에선 2019년 처음 발견됐다. 김소라 전북대 식물방역학과 교수는 “아직 국내 월동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월동까지 하면 전국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발견 시기가 매년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라며 “미국선녀벌레가 열대거세미나방처럼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국내에 서식하게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선녀벌레는 인삼이나 과수나무 등에 붙어 농가에 해를 끼치는 벌레로, 2009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일본 오키나와 등에 주로 서식하는 털파리의 일종으로 알려진 러브버그가 국내에 나타난 것 역시 온난화로 한반도 기후가 따뜻해진 영향으로 연구됐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인 네바다주에선 ‘모르몬 귀뚜라미’로 불리는 여칫과 곤충이 집과 도로 등을 뒤덮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에서 번식하는 모르몬 귀뚜라미는 서부에서 최근 심화된 가뭄으로 개체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23RF]

▶기후변화로 ‘인간’도 병든다=기후변화가 물리적으로 인류를 병들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공개된 미국 하와이대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말라리아, 한타바이러스, 콜레라, 탄저병 등 감염병 375종 중 58%(218종)의 감염력과 독성을 악화시켰다.

이들은 특히 ‘기온 상승’을 감염병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해수온도가 오르면 해산물이 상하기 쉽고, 폭염은 식중독 위험을 높인다. 이밖에도 폭우와 홍수는 병원균이 인간에게 더 빨리 옮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질병 확산은 국내에서도 이미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말라리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말라리아 환자는 1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명) 대비 3.3배 늘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간한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온난화는 사람에게 병원체를 옮기는 모기, 진드기, 설치류 등 매개체의 서식환경도 변화시킨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향후 국내에서 말라리아 외에도 뎅기열, 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매개체 관련 감염병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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