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완료 시 친환경 선박 확충 빨라질 것 기대
[HMM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HMM이 친환경 선대(보유 선박대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새 주인까지 찾게 되면 향후 발주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 물량에서 국내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선별 수주 전략에 적합한 고부가 선박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나오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에 대한 매각을 개시한 가운데 현재까지 SM, 하림그룹, LX, 동원그룹 등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위의 인수대금을 치러야 하는 매각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러 기업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비치고 있어 올해 내에는 새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업계는 HMM이 새 주인을 찾으면 선대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신조선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HMM은 2026년까지 선박 등 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120만TEU의 친환경 선대를 확보함으로써 환경규제에 따른 해운업계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게 HMM의 구상이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이미 탈탄소 선박에 대한 투자는 본격화했다. 올해 2월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현대삼호중공업(7척), HJ중공업(2척)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HMM은 앞으로도 새로 건조하는 선박은 모두 친환경 연료 기반으로 발주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건조 캐파(생산능력)를 고려하면 HMM의 선박 확충 계획은 소소한 규모다. 그러나 3사가 모두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부가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국내 1위 국적 해운사의 선박 건조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새 주인을 맞는 HMM이 어떤 조선사와 먼저 손을 잡게 될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통상 해운사와 조선사는 공임 효율성 등 측면에서 시리즈로 신조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상호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이번 매각이 HMM이 주요 조선사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 주로 범현대가인 HD현대중공업과 건조 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영권 분쟁 등으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거래를 확대했으며 워크아웃 이후로는 골고루 발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HMM은 2017년 9월 이후 총 46척의 선박을 발주했는데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에 각각 21척, 18척이 돌아갔고 삼성중공업이 5척, HJ중공업이 2척을 따낸 바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사마다 주로 거래하는 조선사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어떤 기업이 HMM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3사가 제로 베이스에서 수주 경쟁을 펼치며 새로운 상호 관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의미한 발주 물량이 나오는 건 아니다”면서도 “선대 확충이 본격화되면 주요 조선사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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