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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발 보조금 경쟁이 동맹국의 산업 기반 뒤흔든다[디브리핑]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한국 대통령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동맹국의 산업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에 대항해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보조금 공세를 펼치고 있다.

독일은 최근 자국 내 하이엔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해 200억유로(약 28조1336억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독일은 또 인텔에 시설 설립에 100억유로, 1만개의 일자리당 약 100만유로를 추가로 제안했다.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에도 약 10억유로 지원을 확정하며 미국이 아닌 독일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회유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심판이 경기에 개입을 안하는 게임에선 이기기 위해 밀어 붙여야만 한다”고 독일의 대응 방침을 묘사했다. 미국의 막무가내식 행보와 기업들의 ‘보조금 쇼핑’을 꼬집은 것이다.

영국 정부는 보조금 경쟁에 끼지 않겠다는 선언을 깨고 5억파운드(약 8246억9700만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해 인도 타타그룹 전기차 배터리 공장 유치를 달성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반도체 제조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29억유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프랑스 북부에 배터리 클러스터를 개발하도록 회사들을 유인하려는 목적이다.

모건 스탠리는 각국 정부가 직접 보조금으로만 5000억달러(639조2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대략적으로 추산했다. 다만 지원 패키지에는 세금 감면, 값싼 융자 및 보조금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가 들어있기 때문에 총 투입 금액은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면 끝내 자국 회사가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경우도 있다.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민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600억크로네(6조9012억원) 규모의 국가 대출과 보증을 지원하는 녹색 산업전략을 발표했지만 자국 비료 제조업체 야라인터네셔널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프레이르배터리가 미국 땅에 공장을 짓는 것을 막지 못했다.

노르웨이처럼 되지 않기 위해 EU 회원국 내에서도 밥그릇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전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인 세실리아 말름스트롬은 “일부 국가의 보조금 경쟁이 다른 국가에는 피해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도 조명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의 핵심기업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배터리, 로봇, EV 및 생명공학 분야에 2042년까지 약 4000억달러( 510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유럽과 한국의 상황은 모두 미국이 촉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글로벌 패권 다툼을 벌이며 미국 내 제조업에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다. 전세계 공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주변국과 동맹에 주는 악영향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미국의 동맹이자 이웃국가인 캐나다가 손해를 본 대표적 케이스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인접한 캐나다 국경도시 윈저에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탤란티스와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41억달러(약 5조 2340억원) 규모로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초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5월 돌연 공사가 멈췄다. 스텔란티스가 캐나다보다 20배 더 많은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의 IRA를 놓고 공장 이전을 저울질하면서다.

두 달 가까이 캐나다 정부와 협상 끝에 스텔란티스는 IRA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을 약속 받았다. 공장 뿐만 아니라 그에 연관된 하청업체, 수 천 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없는 캐나다 정부는 150억달러 추가 패키지에 서명할 수 밖에 없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 공장을 미국에 빼앗길 경우 본인의 치적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로 자신의 선거 운명 뿐만 아니라 전세계 권력 지형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스티븐 올슨 전 미국 무역 협상가는 “미국이 시작한 세계적인 보조금 전쟁은 상당한 양의 낭비, 경제 왜곡의 증가, 그리고 불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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