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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커로 마약범죄 예방” 한대놓곤…달랑 80명분
노란색→초록색으로 변하는 마약 진단 스티커
소지품 등에 붙여두고 물뽕 여부 즉시 테스트 가능
예산 문제로 단 80명분만 확보…“전시행정” 비판
마약 진단 스티커 [중부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김빛나 기자] 서울의 한 경찰서가 성범죄 예방을 위해 ‘마약 진단 스티커’를 여성들에게 배포하겠다고 홍보자료를 냈지만 준비한 분량은 관내 여성 80명 분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데이트 강간에 주로 악용되는 마약류 GHB를 사용한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마약 진단 스티커’를 활용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했다. 이 내용은 중부경찰서의 범죄예방 계획에 포함됐다. 경찰은 보도자료를 “관내 대학교(동국대, 숭의여대) 대학생과 대기업・호텔 등 2~30대 직장인 여성 대상 성범죄 특별예방교육을 실시하며 진단스티커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확보, 배부되는 스티커는 6개들이 1세트 80개로, 단 80명분에 그쳐 성범죄 예방을 위해는 턱없이 모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시범사업 성격도 아니다. 이 스티커는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중부서 관계자는 “480명한테 나눠줄 수 있는건가”는 질문에 "아니다. 하나씩 뜯어줄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명이 여섯개들이 하나를 가져야 한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한명이 여섯번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사람이 지인들에게 스티커를 하나씩 떼서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부서 관계자는 “스티커 개수가 많지 않아 교육을 들으러 오는 사람에게 모두 나눠줄 순 없지만, 대표적으로 몇 명에게 나눠주고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단가가 있어서 예산을 매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데, 반응이 괜찮다면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다.

GHB 의심 액체를 접했을 때 소지품에 붙인 마약 진단 스티커를 활용해 약물 포함 유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 우상단에 작은 동전 크기만 하게 붙은 것이 마약 진단 스티커다. [중부경찰서 제공]

한편 경찰이 이번에 배포하는 노란색 진단 스티커는 GHB 성분이 포함된 액체를 만나면 1분 후 푸른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한다. 평소 핸드폰 등 소지품에 붙이고 다니다 의심되는 액체를 접할 때 손가락에 액체를 묻혀 스티커에 바르면 GHB 성분 함유 유무 확인이 가능하다. GHB는 무색 무취의 신종마약으로 물이나 술 등에 타서 마셔 ‘물같은 히로뽕’이라는 뜻의 일명 ‘물뽕’, ‘퐁당마약’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GHB 무색 무취의 신종 마약으로 주로 물이나 술 등에 탄 형태로 악용된다. 물에 타서 마시면 10분~15분 이내 몸이 이완되고, 알콜류에 타서 마시면 효과가 증폭돼 당시 상황을 기억하기 어렵다. 심하면 의식 불명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버닝썬 사건’ 때 악용된 약물로 알려진 바 있다.

GHB가 포함된 약물을 마시면 3~4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되며, 단시간 내 소변으로 배출돼 시간이 흐른 뒤 약물 검사를 진행하면 검출될 가능성이 낮다. 피해 신고 후 검사를 해도 GHB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의심되는 약물을 접했을 때 즉시 GHB 함유 여부를 진단해 범행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go@heraldcorp.com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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