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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서울 골목상권의 미래

코로나19 위기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동네의 재발견이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지고 생활반경이 좁혀지면서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 재미있는 곳이 많았다’는 것이 동네를 재발견한 사람들의 소감이다.

서울시도 이러한 트렌드에 부응해 지역경제 중심지인 골목상권을 ‘머물고 싶은 동네 상권’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2030년까지 지역별 특색을 담은 로컬브랜드 상권을 선정해 맞춤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컬브랜드 상권은 말 그대로 매력적인 콘텐츠로 차별화에 성공해 소비자가 브랜드로 인식하는 상권이다. 모두가 브랜드가 돼야 하는 문화경제 시대, 동네와 상권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상권이 복제할 수 없는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홍대, 이태원, 성수동, 삼청동 등 서울 대표 상권이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상권들이 보유한 콘텐츠의 힘 때문이다. 광장시장, 망원시장, 신당동 중앙시장의 성공 이유도 마찬가지다. 거리문화, 문화예술, 지역자원, 친환경 등 MZ세대가 호응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찾아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영등포구 선유로운, 마포구 합마르뜨, 중구 장충단길, 서초구 양재천길, 구로구 오류버들 등 5곳을 로컬브랜드 상권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노원구 경춘숲길과 용산구 용마루길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 상권들에 대해서는 상권별 자원과 특징을 고려해 로컬브랜딩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존 상인을 지역 대표 콘텐츠로 만드는 ‘동네서울 브랜드 액션러닝’과 동네라이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 ‘로컬바이브’를 운영하는 등 3년간 상권당 최대 30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다만 로컬브랜드 상권 활성화사업 추진 시 유의할 점이 있다. ‘로컬브랜드 없는 로컬브랜딩’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콘텐츠와 브랜드를 채워줄 수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상권에 대한 브랜드화를 지원하고 투자하는 동시에 크리에이터 양성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와 브랜드를 추가해야만 지속 가능한 로컬브랜드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서울시의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상권에 투입될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로컬인서울’을 추진 중이다. 중앙정부 역시 중소기업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로컬에 대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창업과 취업 등 비즈니스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사회는 경제의 미래를 기술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울 상권의 변화가 보여주듯이 기술만으로는 사람과 돈을 모을 수 없고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어렵다. 동네 일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문화 창출능력이 기술 개발능력만큼 중요하다.

서울의 장점은 동네 중심의 도시 구조다. 서울시가 동네에 새바람을 일으킬 크리에이터 양성과 로컬브랜드 상권 지원을 통해 다른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문화 우월성과 다양성을 제공하는 도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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