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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체국 예금, 금융감독 '사각지대'…"종합 대책 만들어야"
작년 예금 운용 수익률 -0.36%
대출 허용 가능성…“금융 감독 필요”
우체국도 예금·보험 업무를 하지만 금융당국 감독을 받지 않고 있어 새마을금고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혜현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 이후 금융 업무를 영위하는 기관들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한 예다.

우체국은 대출 등 여신업무는 하지 않는 대신, 고객이 맡긴 예금·보험을 투자해 운용하고 있다. 대출에 따른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는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만큼, 우체국도 전문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은행 점포 축소 대안으로 우체국의 은행 대리업 허용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등 규모가 큰 대출을 취급하게 되면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예금 58% 채권에 투자…“전문성 없어”

24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 예금운용 수익률은 -0.36%로 전년(2021년·4.89%) 대비 5.25%포인트 하락했다. 우체국은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전체 예금의 58.9% 정도를 장부가채권·대체채권 등 채권형 자산에 투자하는데, 지난해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증시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수익률이 악화한 것이다.

보험자금 운용 수익률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보험자금 운용 수익률은 -0.73%로 전년(5.85%)보다 급락했다. 보험자금 또한 59.32%를 장부가채권에, 11.24%를 국내외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예금과 보험 모두 최근 5년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9~2021년엔 4~5%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들어 상황이 나빠졌다. 올해 1분기 예금 운용 수익률은 4.66%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향후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는 “우체국은 자금의 대부분을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한다”면서 “(운용에) 전문성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채권은) 사실 가장 손쉽게 하는 투자다. 그런데도 경고의 목소리가 없다. 우체국의 평가손실에 대해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시장이 급변할 경우 이같은 운용 방식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실리콘밸리뱅크(SVB)는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 탓에 대출이 나가지 않자 자산 상당부분(57%)을 채권에 투자했다가 파산했다. 신용위험이 적은 채권에 투자했지만, 기준금리 상승이 가져온 채권 평가손을 감내하지 못했고 자산과 부채의 보유만기(듀레이션)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자산이 부채보다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문혜현 기자

금융위 감독 요청 ‘10년 간 1회’…과기부는 ‘6개월’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에 따르면 ‘과기부장관은 우체국예금·보험사업에 대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개정된 2013년 이후 과기부 요청으로 금융위가 검사에 나선 사례는 단 한 번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기 검사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예금사업의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및 산출 근거를 매년 결산 이후 금융위에 제출하는 절차가 보고의 전부다.

우정사업본부가 감독 당국인 과기부에 예금·보험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6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적으로는 운용 성과와 포트폴리오 현황을 분기별로 집계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고, 반기 보고서와 연간 보고서를 공표하고 있다.

이는 매월 잔액과 분기별 건전성 지표가 공개되고 정기·수시 검사를 받는 은행과는 차이가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349억원으로 2021년보다 1조5911억원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166억 순손실로 전환했다.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한 시민이 ATM기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

우체국 역시 새마을금고처럼 숫자가 많고, 전국의 금융소외계층이 주 고객층이란 점에서 규제 안으로 더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 금융영업점 수는 2464개로, 농·어촌 등 읍면지역 점포 비율은 53.6%로 지역농협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향후 금융위 인가를 통해 대출업까지 영위하게 될 경우 금융 감독 필요성은 더 커진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은행대리업을 인가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예·적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주는 등 은행의 고유업무를 제3자가 대리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할 전망이다. 우체국에서 예·적금 뿐만 아니라 대출·환 등의 업무도 보게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체국이 여신(대출)을 한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부동산 대출 등 큰 규모의 여신 사업을 하면 리스크가 생긴다. 리스크 관리 주체가 금융당국이기 때문에 감독 범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새마을금고 상황에서 발생한 불안이 우체국 등 다른 곳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사전에 전반적인 조사와 검사를 통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정부와 당국이 종합적인 대책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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