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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진아, 장흥 물축제 가서 몸과 마음, 확 씻자” [함영훈의 멋·맛·쉼]
문학의 문림-호국 의향, 올 여름 장흥은..
물총싸움-시인의 캠핑-미식특별시 추가
‘맨부커 부녀’ 여다지의 낭만 그대로인데
장흥군민-여행자,탐진강·우드랜드 물축제
주말 EDM 풀파티 전국MZ 광란의 밤
옛 장흥교도소에선 ‘더 글로리’ 후반부 촬영
수문캠핑장 관장 이대흠 시인, 정담 인문학
소등섬 문학, 열두척 회진..곳곳 스토리 넘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연진아, 우리 장흥 물축제 가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씻자.”

고려 왕이 ‘길게 흥하라’고 지어준 이름, 장흥은 문림(文林)이고 의향(義鄕)인데, 올여름엔 물축제의 명랑·장쾌한 향연, 미식 백화점, 시인이 돌보는 캠핑 인문학의 매력을 더한다.

송강 정철이 기행문을 벤치마킹한 관서별곡의 백광홍, 문학가-지리학자인 위백규, 이청준, 한승원-한강 맨부커상 수상자 부녀, 송기숙, 백수인, 이대흠 등 걸출한 문학인들의 짙은 서정이 숨쉬는 문림(文林)이다. ‘장흥 가서 글 자랑 하지 말라’는 이유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열두척이 명량대첩을 예고하며 권토중래하던 곳, 장흥에 본관을 둔 고경명 선비 의병장 가문의 열혈 호국정신의 진원지, 회령진성을 쌓아 바다에서 도주한 적들을 모두 소탕했던 곳, 의향(義鄕)이다.

장흥 물축제
장흥 물싸움 시가전, 살수대첩

▶문림·의향에 세가지 매력 추가= 올 여름엔, 서울 정남진 장흥이 해수욕과 탐진강 레저, 국내 최대 규모의 물싸움 배틀로 이어지는, ‘물 축제 도시’라는 매력을 더한다.

여기에 장흥삼합과 갯장어 하모, 키조개·낙지 요리가 등판하는 ‘미식 특별시’라는 수식어도 붙겠다. 시인이 안내하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수문 캠핑장에서의 생태인문학을 또 어떤가. “연진아~” 라는 말을 국내외에 유행시킨 세계적인 드라마 ‘더 글로리’ 후반부 촬영지, 옛 장흥교도소 등 장흥여행 신상품도 눈에 띈다.

부산·용산·안양·대덕·장평 등을 거느린 장흥의 안양면 바닷가엔 여다지 해변이 있다. 남상천 하구에 물이 들거나 빠지면 사촌리 희망나루와 장재도가 수문을 여닫는 것 처럼 보이는 곳이다.

문학계의 노벨상 ‘맨부커’ 작가 한강의 아버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의 문학산책로와 수문해수욕장이 이웃한다. 소설로만 유명한줄 알았던 한승원의 시가 돌에 새겨져 도열해 있다.

‘가는 것은 가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들의 주변에서 머물러 맴을 돌다가, 우리 연꽃바다 한가운데서 다시 어우러질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별은 없다는 한승원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헤어져도 반드시 만난다)’시가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 관장은 시인 이대흠이다.

▶시인의 캠핑장=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에 가면 시인이 관장 되어, 열쇠꾸러미를 들고 여행객들을 맞아 담소를 나눈다. 그는 남도에서 알아주는 시인 이대흠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우려고 문지른 자리에 강(탐진강)이 생겼습니다. 손끝 하나 스쳤을 뿐인데 숲이 운다고 합니다.’

이대흠은 장흥의 자연에 가장 애틋한 감성을 입혔다.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이대흠은 천관문학관 관장으로 일하다 이곳 관리소장으로 옮겼다. 공식 직급은 청원경찰. ‘시인 그들만의 문학’ 말고, 일하고 봉사하는 시인, 세상물정 다 보듬어 아름다움으로 치환하는, 이웃사촌 같은 시인이다.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

올해 2월 문을 연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에 서면 아름다운 수문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고, 뒤편으로 산새와 나무가 말을 건다. 2만2226㎡에 카라반 7동, 글램핑 4동, 캠핑데크 15개소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두 널찍널찍해 여유롭다. 놀이터와 1.5㎞ 산책로도 있다.

수문천 하구갯벌 사구에는 갯잔디, 칠면초, 갈대 등의 염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는 지역에는 환경부의 보호종인 기수골고동이 서식한다. 갯벌 일대에는 흰발농게, 풀게, 칠게, 말뚝망둥어, 대수리, 비뜰이고동 등과 괭이갈매기, 왜가리, 도요새, 물떼새, 청둥오리 등이 다양하게 서식해 해양생물학습장으로 활용된다.

▶소등섬, 통일기원탑, 탐진강 레저= 연륙교를 타고 장재도를 건너면 장흥 회진면 출신 작가 이청준 원작,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배경지, 소등섬을 만난다. 남포마을 앞 작은 무인도인데 소등(小燈)을 켜놓고 조업나간 아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던 모정의 섬이다. 마을에 큰 파도를 1차로 막아주는 수호섬이다. 휘어진 길은 밀물 때 잠기지만, 절반쯤 물이 빠져나가 길가로 찰랑찰랑할 무렵, 국내 최고의 풍경을 빚어낸다.

어느 흐린날 소등섬
소등섬

우리의 고토 하얼빈에서 수직으로, 중강진-서울을 거쳐 장흥에 도달한다는 뜻의 정남진 해안언덕 전망대는 해발 60m, 타워높이 46m로 해안가 100m높이에서 다도해와 천관산을 한번에 조망하는 곳이다. 최근들어 전망대 타워는 통일 염원의 뜻을 담아 통일기원탑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정남진 전망대

장흥읍내에 들어서면 영암 궁성산에서 발원해 유치면과 부산면을 거쳐온 탐진강이 동서로 가른다. 읍내인데도 백로, 왜가리가 사람과 근접거리에서 논다. 탐진강은 부산천, 옴천천, 유치천, 금강천을 모아모아 장흥읍내에 이르러 가장 큰 세력을 보인다.

탐진강줄기는 장흥,강진의 젖줄이고, 조선 인텔리겐챠 선비들의 토론장이며, 절경의 힐링생태이다. 장흥 북쪽으로 진입해 강진쪽으로 나가는 탐진강변 곳곳에 정자가 세워진다.

부산면에 정자가 많은데, 장흥위씨 종가가 세운 경호정에 걸린 ‘자연에 취하고 보니 늙어가는 세월을 잊겠구나’라는 시구가 탐진강의 매력을 말해준다. 배롱나무와의 조화가 아름다운 부춘정, 효심이 깃든 용호정 등 저마다의 정자들은 숱한 지혜-시문, 스토리를 품고 있다.

부춘정 아래, 탐진강 부춘동

장흥읍에 들어서면 비교적 높은 강변 언덕 위에 창랑정이 있으며 강진쪽 거의 다 가서, 생육신 김시습이 머물고 백범 김구선생이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기전 유하던 사인정이 강변 바위 위에 멋지게 올라 서있다. 탐진강변에만 10여개의 정자가 있다.

여름이 되면 탐진강에선 우든 보트, 땅콩보트, 수상 자전거, 카누·카약, 패들보트 등 수상 레포츠가 펼쳐진다. 물론 메인이벤트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이 따라 배운 국내 최대 물축제이다.

▶국내최대 물축제= 제16회 정남진장흥물축제는 오는 29일 부터 8월 6일 까지 전남 장흥군 장흥읍 탐진강 및 둔치,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정남진 물과학관에서 에듀테인먼트가 이어진다.

정남진 물과학관

올해는 높이 10m 초대형 온비 캐릭터 설치와 멀티미디어 그라운드 조성, 물멍 때리기, 사랑의 메시지 보내기 등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물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물싸움은 9일간 치열하게 전개된다. 사방에서 정신없이 날아오는 물대포·물총 물, 곳곳서 터지는 물풍선이 어우러져 최대의 물싸움판이 벌어진다.

장흥물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 프로그램인 거리퍼레이드 살수대첩은 ‘수국통일’을 주제로 펼쳐진다. 29일 오후 1~2시 장흥군민회관을 출발해 중앙로를 거쳐 축제장인 장흥교 주차장까지 행진한다. 거리 곳곳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물 폭탄이 폭발한다.

장흥 거리 물 퍼레이드
장흥 ‘워터락’ EDM 풀파티

▶EDM 물파티= 30일 부터 8월 6일 일요일까지 매일 오후 3시에는 황금물고기 잡기가 열린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전용 물놀이장과 자율 캠핑장 등도 있다.

축제기간 토·일요일 밤 9시부터 물싸움 장에서는 EDM을 곁들인 ‘워터락(樂) 풀 파티’가 열린다. 개막 축하공연, 정남진 강변음악 축제, 블랙이글스 에어쇼, 장흥 팝콘서트, 친환경 콘서트 등이 물축제를 수놓는다.

물싸움 장흥대첩이 완성되면, 우리는 장흥삼합, 여다지 갯장어 하모를 찾아 원기보충하러 간다.

한편 장흥은 또하나의 ‘신상’을 준비중이다. 장흥읍 장흥로 98번지 옛 장흥교도소는 ‘정남진 장흥예술타운’으로의 변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 후반부 촬영지 ‘옛 장흥교도소’

아직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지만, 뚜렷한 목적을 군청에 밝히고 단체 예약을 하면 해설 탐방을 시켜주기도 한다. 넥플리스 드라마 ‘더 글로리’, 영화 ‘더 프리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이 촬영됐다.

장흥이 문학과 충절의 도시를 명랑물축제 거대 놀이터로 변신시키더니, 교도소를 예술타운으로 반전시키는 재치를 부리면서, 오래오래 흥할 준비를 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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