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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과태료 납부시 이의제기 불가’ 문구 뺀 지자체들…“몰랐다”
과태료 통지서 ‘과태료 납부 후 이의제기 불가’ 문구 필수
지자체들 부랴부랴 문구 포함시킨 사전통지서 새로 보내기도
처분받은 공인중개사들 다수…“국가배상 준비중”
A씨가 한 지자체로부터 부과 받은 과태료 사전처분통지서. 이는 새로 받은 것이다. 한 달 전 받은 통지서에는 빨간색으로 적힌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김빛나 기자] 일부 지자체들이 공인중개사 등을 대상으로 과태료 사전 처분통지서를 보내면서 ‘감경된 과태료를 납부한 경우 부과 및 징수 절차가 종료돼 의견 제출 및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필수 기재사항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수 사항이 누락된 통지서를 받은 뒤 과태료를 납부한 공인중개사들은 이의제기 및 의견제출 기회를 할 수 없게 됐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해당 지자체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준비 중이다.

본지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에 확인한 결과, 2022년과 2023년까지 해당 문구 미기재 의심 사례 민원은 총 31건 접수됐다. 이 같은 사례는 서울, 경기, 충주 등 전국에서 파악됐다. 협회는 이 같은 민원을 접수 받고 지자체 27곳의 지자체에 사전 처분 통지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 본지가 필수 문구 미기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의심사례 접수 지자체 8곳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공인중개사들은 과장광고 등 표시광고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사전 처분 통지서에 '이 문구' 있는지 확인해야
의견제출서 양식. [독자제공]

사전 처분 통지서는 발송시 의견제출서와 함께 발송돼, 대상자는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감경된 과태료를 납부한 경우 부과 및 징수 절차가 종료돼 의견 제출 및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사전 통지서에 누락돼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다.

이는 2021년 2월부터 개정 시행되고 있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통지서에 적시해야 된다. 이 시행령 개정은 2017년 헌법재판소의 권고를 반영한 것으로 헌재는 과태료를 내면 의견제출이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령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과태료 사전통지 시 의견제출 기한 내 감경된 과태료를 납부한 경우에는 의견제시‧이의제기가 불가하다는 점을 고지하는 제도를 숙고할 필요는 있다”고 권고했다.

“법령 개정 몰랐다”,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2년 6개월 이상 시행령 미준수

취재에 응한 지자체 대부분 “법령개정을 몰랐다. 다시 보내겠다”고 해명했다.

해당 문구가 빠진 사전 처분 통지서를 보낸 한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2021년 시행령이 개정됐다는 내용은 처음 알았다”며 “실수였고, 앞으로 보내는 통지서에는 문구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광주의 한 구청 관계자는 “개정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담당자로 인지하지 못한 건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행령 시행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2021년 이후 발송된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발송한 고지서에 해당 문구가 기재돼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대부분 사람들이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기재하지 않았다)”면서 “2021년 시행령이 개정된 건 알고 있었다”고 했다.

‘감경된 과태료를 납부한 경우 부과 및 징수 절차가 종료돼 의견 제출 및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누락된 사전 처분 통지서. [독자 제공]

일부 지자체는 이미 내려진 과태료 사전 처분 통지를 취소하고 해당문구가 포함된 사전통지서를 다시 보내기도 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부동산 플랫폼에 거래된 매물을 25일 늦게 내렸다가 올해 2번째로 과태료를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A씨는 첫 과태료 통지에서는 의견제출과 이의제기에 대한 문구를 보지 못해 협회를 통해 민원을 넣었고, 해당 구청이 첫 사전과태료 처분을 직권 취소하고, 해당 문구를 포함시킨 뒤 사전 통지서를 다시 보낸 것이다. A씨는 협회를 통해 지자체에 의견 제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기재 사항이 누락된 통지서를 받은 공인중개사들은 황당하고 손해를 봤다는 반응이다. 공인중개사업을 운영하는 B씨는 “과태료를 납부하면 따져볼 여지가 사라진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며 “일반적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약관을 의무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과태료 처분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업을 운영하는 B씨는 거래된 매물을 내리지 않고 ‘거래 완료’라고 기재했다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50만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이를 납부했다. 그는 과태료를 이미 납부한 뒤, 의견제출과 이의제기 관련 문구가 사전 과태료 통지서에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중개 플랫폼에 전용면적을 5㎡(약 1.5평)을 많게 기재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원을 납부하게 된 C씨는 “한 달에 빌라 2건 정도 중개 하는데 500만원은 너무 큰 돈”이라며 “처음 고지서를 받았을 땐 고지서를 납부하게 되면 이의신청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이와관련 박종준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자체가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시행령에 나와 있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시행령을 준수하지 않은 고지서를 받은 당사자가 손해를 명백하게 본 경우 국가배상 청구를 거론할 순 있다”고 말했다.

통지서에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된 상황을 잘 아는 한 공인중개사는 “돈을 떠나서 국민의 권리 침해이기 때문에 국가배상 청구를 준비중”이라며 “중요한 권리침해로 흔적이 남아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go@heraldcorp.com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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