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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념 깬 핑크 ‘바비’…“‘나를 위한 내가 되는 특별한 여정”
마고 로비·라이언 고슬링 주연…19일 개봉
바비들의 자아 찾기…주체적 자아 강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켄을 위한 바비도, 바비를 위한 켄도 없다. 바비는 바비, 켄은 켄일 뿐이다.

전세계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 영화 ‘바비’가 19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는 어느 날 자신의 발꿈치가 땅바닥에 닿고 몸에 셀룰라이트가 생기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에 균열을 발견한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비는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난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시작은 유쾌하고 발랄하다. 바비들이 사는 바비랜드는 황홀감 그 자체다. 핑크로 도배된 바비랜드에서 각자 원하는 직업을 가진 바비들은 매일 밤 파티하며 즐겁게 살아간다. 전형적인 바비부터 대통령 바비, 우주사 바비, 임신한 바비 등 다채로운 바비들이 등장한다. 실사화된 바비랜드를 보는 것만으로 바비 팬들을 설레게 한다.

바비가 현실 세계에서 바비랜드로 돌아온 이후부턴 묵직해진다. 먼저 돌아온 켄이 바비랜드를 남성 중심 사회인 ‘켄덤’으로 바꿔놓은 것. 주체적이었던 바비들은 켄들을 보좌하는 위치로 전락해 버렸다. 핑크빛 황홀했던 바비랜드에는 잿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는 자칫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로 비쳐질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가부장제의 맛을 본 켄은 “(현실 세계는) 날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해준다”며 바비 중심의 바비랜드에서 ‘켄 혁명’을 일으킨다. 이에 바비들이 기존의 사회를 지키겠다며 영리한 방법으로 맞선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그러나 영화는 젠더 갈등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이보다 한걸음 더 들어간다. 상대방을 통해서만 존재감을 키웠던 바비와 켄이 각자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에 방점을 뒀다. 바비랜드가 망가진 이후 자아를 잃어버린 바비에게 “모든 여자들이 다른 사람들 맘에 들기 위해 자신을 옥죄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며 건강한 자아를 일깨워주고, “바비가 바라봐줘야만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켄에겐 “켄다움을 찾을 때가 왔다”고 조언해준다. 남들 눈에 예쁘도록 살아온 바비도, 바비의 남자로서만 살아온 켄도 각자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영화는 동시에 여성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 사회도 우회적으로 꼬집는다.

바비를 결정적으로 돕는 캐릭터는 바비의 현실 주인인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 분)다. 글로리아는 사춘기 딸을 둔 엄마이자 마텔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원으로 지극히 현실에서 볼 법한 인물이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모습의 캐릭터가 바비들의 자아 찾기를 도우면서 스토리에 현실성을 입혔다.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는 여성 서사를 자주 그린 그레타 거윅 감독의 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거윅 감독은 평소 여성에 대한 영화를 많이 다뤄왔다. ‘레이디 버드’(2018)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작은 아씨들’(2019)을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리는 등 여성 서사에 중점을 둔 영화로 호평 받은 바 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동심 속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로비와 고슬링의 연기력이다. 실제 바비 같은 비주얼의 로비는 ‘전형적인 바비’에서 ‘평범한 바비’로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한다. 고슬링은 느끼하고 능청스러운 켄으로 완벽히 변신해 최근 불거진 나이 논란을 단숨에 잠재운다.

‘바비 엄마’로 여겨지는 루스 핸들러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핸들러는 딸 바버라를 위해 바비 인형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바비의 이름 역시 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핸들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나타나 바비가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도록 응원하고 돕는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곳곳에 유머도 적절히 배치돼 유쾌하게 전개된다. 켄들이 남성성을 강조한답시고 싸이의 말춤을 추며 등장하거나 상상 밖의 나레이션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유명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가 인어 바비로 등장하기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니키 미나즈, 리조, 카롤 G, 빌리 아일리시, 샘 스미스 등 유명 팝스타들이 참여한 영화 음악도 스토리에 힙함을 더한다.

19일 개봉. 114분. 12세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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