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극한폭우에 러시아 곡물협정 중단까지…밥상물가 비상에 정부 정책기조 고심
한달새 시금치 219%, 상추 190% 급등
침수 피해로 생활물가 추가 상승압력 심화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역대급 폭우로 농산물 생산에 피해가 발생하면서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밥상물가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러시아가 곡물협정을 중단한 것도 국제 곡물가에 영향을 미치며 수입물가까지 덩달아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대 물가잡기에 가까스로 성공한 정부의 고심도 커질 전망이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시금치(상품) 도매가격은 4㎏에 5만4780원으로, 한 달 전의 1만7170원과 비교해 219.0% 올랐다.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일에 4㎏에 3만642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일주일 만에 50.4%가 올랐다.

이날 시금치 도매가격도 유독 농산물 가격이 비쌌던 시기인 1년 전의 5만460원보다 8.6% 높고, 평년(2만4769원)과 비교하면 121.2% 비쌌다.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은 4㎏에 5만7040원으로, 한 달 전의 1만9345원보다 194.9% 올랐다. 1년 전(5만5585원)보다는 2.6% 높고, 평년 가격보다는 67.9% 높았다.

또 청상추(상품) 도매가격은 4㎏에 5만5920원으로 한달새 193.3% 올랐다.

오이(다다기 계통·상품) 도매가격도 이날 100개에 6만2325원으로, 한 달 전(4만625원)과 비교해 53.4% 올랐다.

얼갈이배추는 4㎏에 1만2980원으로 한 달 전(6105원)보다 112.6% 올랐고, 애호박과 토마토 도매가격도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39.1%, 22.0%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줄줄이 오른 것은 무더위에 지난 10일 집중호우가 시작되며 농작물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부터 내린 비로 농작물 침수와 낙과 등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 농지 면적이 이날 오전 6시 기준 2만7094.8㏊(1㏊=1만㎡)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290㏊)의 93.4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피해 농지 2만7000여㏊ 중 전북이 1만4569.8㏊(53.8%)로 전체 피해 면적의 절반이 넘고 충남(7832.6㏊), 충북(1802.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 집중호우로 이날 오전 6시 기준 가축 57만9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시설하우스의 침수 피해 면적은 1727.8㏊에 달했다.

일각에선 일부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로 비싼 가격이 유지돼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과는 앞서 이상저온과 우박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집중호우로 재배지 130.8㏊가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를 기록, 2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에 비해 2.3% 상승에 그쳐 27개월만에 상승폭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폭우로 인해 농축산물 피해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지난해 여름에 폭염과 폭우 등으로 배추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9월초 태풍 '힌남노'까지 상륙해 배추 도매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품사들의 온라인몰에서는 배추김치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이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가는 기조 변화를 놓고 다시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해 피해 상황과 관련한 영향을 점검하고 있고, 호우가 끝나고 회복 정도를 봐야 한다”며 “특히 농산물은 변동성이 큰 편인데, 생육기간이 짧은 점이나 품목이 다양하고 품종별로 영향이 다른 점을 감안해 전반적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