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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6월 위기설 현실됐다”…LH, 공동주택용지 연체금액 1조 훌쩍 넘었다
6월 1조1336억원…전년 동월비 5.98배
지난 한해 분양 후 해약도 3건
해약 몰릴땐 LH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도
LH가 분양한 택지(기사와 무관).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시행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아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하는 액수가 1조원을 넘어 10년만에 최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우려로 착공은 미뤄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줄까지 마르면서 시행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체금액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LH의 재무건전성 또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18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행사들이 LH가 공급한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고 대금을 연체한 금액은 총 1조1336억원에 이른다. 총 46개 사업장으로, 이 사업장들이 앞으로 내야 할 금액만 2조9028억원이다.

연체금액은 지난해 같은 달(1894억원)과 비교하면 5.98배에 이른다. 또 연체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1년간 살펴봤을 때는 지난해 11월까지 1763억원이던 연체금액이 12월 7492억원으로 갑작스럽게 늘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미분양이 확산되면서 시행사들의 위기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통상 LH의 많은 택지 분양일정이 12월에 몰려 있고, 중도금·잔금 납입일자는 6개월씩 간격을 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6월과 12월 연체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12월 이후 6000억~7000억원대를 유지하던 연체금액은 지난달 결국 1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최근 몇 년간 공공택지는 경쟁매매 방식을 거치는 상가부지와 달리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시행사의 로또 당첨으로 비유됐다. 이랬던 공공택지가 처참히 무너진 이유는 시행사들이 개발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PF대출이 어려운 것은 물론 고금리에 PF대출을 일으켜 공사를 진행해도 공사비를 증액해주고 나면 10%도 마진이 안 남는 수준이라고 시행사들은 하소연한다. 10%마저도 분양이 잘됐을 때이고 미분양 탓에 분양가 할인마저 하고 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업장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경쟁매매 방식을 거쳐 공급가격의 200~300%에 낙찰받았던 상가 등은 더욱 연체율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한 시행사 대표는 “올해 안에 중소 시행사들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내다본다”고 우려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금을 포기하고 토지를 반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LH에 따르면 최근 한 해 동안 공동주택용지를 해약한 건은 그 공급가격만 600억원으로 3곳에 이른다.

다른 시행사 대표는 “지난달 중도금을 연체한 시행사 가운데 계약금 포기를 고려하는 곳들이 내 주변에도 많다”면서 “당분간 시장 예측이 어려워 부동산 침체를 고금리를 내가면서 버티느니 차라리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중을 도모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LH의 재무건전성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최근 분양받은 택지를 해약한 뒤 이미 납입한 중도금을 돌려받았다는 한 시행사 관계자는 “LH 관계자가 중도금을 돌려주면서 ‘해약이 한꺼번에 몰리는 때는 현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꺼냈다”고 전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의 실질적 주체인 시행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하는 때는 공공택지 개발이 지연되면서 이는 곧 서민 주거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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