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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뮤지컬, 티켓값은 日 두배·배우 출연료 세계 최고” [K-뮤지컬 시대]
110년 전통의 다카라즈카 가극단
나카무라 카즈노리 이사 인터뷰
“韓 뮤지컬 티켓, 日보다 비싼 편…
배우들 출연료도 세계 최고 수준”
뮤지컬 일본판 ‘엑스칼리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9만 5000원 vs 15만원’.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한일 티켓 가격. 두 나라 모두 1500석 이상 대극장에서 공연하지만, VIP석의 가격차는 5만 5000원이나 된다.

올 들어 한국 공연계는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 시대를 살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제작비, 인건비도 함께 뛰자, 뮤지컬 티켓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초 대극장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관객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 선이 깨졌고, 최고 19만원까지 올랐다.

“한국의 물가를 고려하면 뮤지컬 티켓 가격은 비싼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 사람들이 일본에서 뮤지컬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보다 한국 사람들이 내야 하는 금액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최근 K-뮤지컬국제마켓 참석차 한국을 찾은 나카무라 카즈노리 다카라즈카 극단 이사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카무라 이사는 30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해마다 10여 차례 방한하며 한국 공연계와 교류하고 있다.

110년 전통의 일본 극단 다카라즈카가 수입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현지 티켓 가격 최고가는 9만 5000원으로 정해졌다. 일본에서도 극단이나 제작사마다 티켓 가격의 차이는 있다. 현재 극단 도호에서 올리고 있는 ‘물랑루즈’의 VIP석 가격은 17만 5000원. 올초 한국에서 공연한 ‘물랑루즈’ 라이선스 공연의 최고가는 18만원이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만, 이들의 출연료가 티켓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출연료가 가장 높아요. 휴 잭맨보다도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가 더 비싸죠. 스타 마케팅은 일본에도 있지만, 한국만큼은 아니에요. 과거엔 일본에 ‘티켓 파워’라는 용어도 없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넘어온 이 말이 일본에서도 쓰이고 있어요.” 배우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선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톱배우들의 경우 팬데믹 이전 회당 3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챙겼다.

현지에서 개막을 앞둔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일본에서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월등한 편이다. 나카무라 이사는 “티켓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다카라즈카 극단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110년 전 다카라즈카가 생겼을 때부터 누구라도 우리 극단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한 철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일본 역시 한국처럼 티켓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다카라즈카는 조금 더 저렴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나카무라 카즈노리 다카라즈카 이사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다카라즈카 극단이 티켓 가격을 최고가 기준 10만원 미만으로 책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뮤지컬 한 편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티켓 이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이사는 “공연 티켓 수익은 물론 DVD, OST, 각종 굿즈와 온라인 생중계 등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창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연계가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의 구현이다. 공연 IP(지적재산권)를 통한 ‘원 소스 멀티 유스’ 공식이 가능한 것은 다카라즈카 극단이 충성도 높은 팬덤을 담보하고 있어서다.

다카라즈카는 400명의 배우가 소속된 극단이면서,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이자, 배우들을 키우고 관리하는 기획사이기도 하다. 나카무라 이사는 “일본엔 다카라즈카, 시키, 도호 등 역사 깊은 세 극단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운영방식이 다르다”며 “다카라즈카의 경우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경영, 홍보, 배우 관리를 모두 하는 케이블 방송사와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카라즈카는 특히나 팬덤이 탄탄하다. 해마다 수십 명의 배우를 뽑고, 수십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다카라즈카 극단의 배우 시스템은 K-팝 기획사와 닮았다.18~20세 정도의 배우들이 해마다 40명씩 입단, 70명씩 한 조를 이뤄 트레이닝을 받고 배우로 성장한다. 30~40대에 접어들면 극단을 졸업한다.

“400명의 배우들은 저마다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배우들은 저마다 각자의 팬들이 있고, 이들은 다카라즈카라는 극단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이 배우들을 함께 키워나간다는 생각으로 애정을 주고 있어요.” 다카라즈카의 팬클럽은 현재 10만 명 가량 된다.

다카라즈카는 탄탄한 팬덤과 수백 명의 배우들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공연을 동시다발적으로 올린다. 공연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다. 팬덤이 워낙 크다 보니, 다카라즈카의 모든 공연은 개막도 전에 매진 사례를 기록한다. ‘엑스칼리버’ 역시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다카라즈카가 처음으로 수입한 한국 뮤지컬이다. 나카무라 이사는 “소재와 아이디어가 좋았고,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일본 관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뮤지컬은 일본에서도 굉장히 트렌디하다고 여겨지고 있어요. ‘엑스칼리버’를 시작으로 한국 뮤지컬과 다카라즈카의 첫 걸음을 뗐고, 앞으로 더 많은 길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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