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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아파트단지 ‘불법 펜스’ 논란
“외부인 잦은 출입에 주민불편”
디에이치 아너힐즈 등 무단증축
강남구, 처분수위 놓고 고심중

서울 강남구 개포동 고가 아파트 단지에 잇따라 설치되고 있는 불법 담장(펜스·사진)이 골칫거리다. 입주민들은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아 소음 등 불편을 겪기 때문에 설치하고 있는데 엄연히 법적으로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구청은 최근 현장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처분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건축물 대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아파트는 2020년 5월 철제 담장 759m가 무단 증설된 사실이 발견돼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수차례 시정을 촉구했으나 시정되지 않았다”며 “당시 재건축 조합장을 경찰에 고발조치했다”고 말했다.

법원에 확인결과 무단증축을 주도한 당시 조합장은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까지 선고받았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을 증축·개축·대수선하는 때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은 부과되지 않고 있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건축법상 위반 건축물이어야 하는데 펜스의 높이가 2m를 넘지 않아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에 불법 펜스가 설치된 곳은 디에이치 아너힐즈 뿐만이 아니다. 취재과정에서 인근 개포래미안포레스트와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도 담장 무단 증축 사실이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담장 증설 관련 민원이 접수돼 위반 사실을 확인했고, 이행강제금 부과·고발 조치 등을 놓고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들은 과거 정비계획 설립 당시부터 개방형 아파트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방형 아파트는 울타리나 벽 따위로 내부와 외부를 나누지 않아 사방으로 열려 있는 아파트를 뜻한다. 주변 주민들의 보행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지들이 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 정비사업지들은 건축인허가 당시부터 담장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설계 해온다”며 “무단 펜스 설치는 정비사업을 허가해준 지차체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내려 대모산으로 향하는 동선 중간에 단지가 위치해 등산객들이 자주 출입해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라는 것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한 입주민은 “대모산을 등산하러 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아파트가 유원지를 방불케 했다”면서 “아파트 수로에 등산화를 씻고 단지 테이블에서 음식을 시켜 술까지 마시면서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행태가 반복됐다. 출입을 막지 않고서는 평안한 주거환경이 불가능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개포동에서 앞선 세 아파트가 무단 펜스를 설치하자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자이도 담장 설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개포프레지던스 자이 입주민 단체 SNS에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너무 빈번해 담장설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일명 워터파크라고 불리는 물이 나오는 놀이터까지 운영을 시작하면서 인근 구축 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들어와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하면서 소음 피해 마저 심각하다고 하소연한다. 입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단 펜스는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아파트 단지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인허가를 받았던 만큼 일반 보행자들의 동선에 지장을 주어선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아파트는 사적재산의 성격도 있지만 도시계획의 측면에서 따졌을 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무단으로 진출입을 막는 아파트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경우 일반 보행자들의 동선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위법사항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게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온·안전해야 할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외부인들의 잦은 출입으로 위협 받는 것도 문제인 만큼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정한 에티켓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상·이준태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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