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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업계 너도나도 ‘제로’ 외치는데...정체를 아시나요
본지, 시중 유통 제로 제품 40여개 분석
식약처 표시기준 있지만 주체는 제각각
“과도한 홍보 경계...현명한 소비 도와야”

제로 콜라·제로 과자·제로 소주.... 식품업계는 ‘제로’에 빠졌다. 음료에서 시작된 ‘제로 제품’의 인기는 제과, 주류 등 다양한 품목으로 번졌다. 이제 식당이나 마트에서도 제로 제품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제로의 정체다. 소비자는 ‘그래서 무엇이 제로인지’ 인식하기 어렵다. 온갖 제품에 ‘제로’라는 이름이 붙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기서 ‘제로’가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헤럴드경제가 12일 ‘제로’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 주요 제품 4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제품마다 당·열량(칼로리), 나아가 알코올까지 제로의 주체가 제각각이었다.

제로에 대한 기준은 있다. 식약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을 통해 영양성분 함량강조표시 세부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로 식품은 열량 혹은 당류가 제로(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로 칼로리’는 식품 100㎖당 열량이 4㎉ 미만일 때 사용할 수 있다. 100㎖당 4㎉는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에서는 이를 ‘무(無)열량’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제로 당(糖)’은 식품 100㎖ 혹은 100g당 당이 0.5g 미만일 때 강조할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각 제품마다 어떤 성분이 제로인지, 제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어떻게 대체됐는지는 스스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보도자료나 각종 광고에는 ‘제로’가 강조되지만 구체적인 성분을 밝히진 않는다. 한 프랜차이즈업체가 홍보하는 ‘제로슈가에이드’ 광고에는 ‘괜찮아, 제로니까’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이 광고의 하단에는 작은 글자로 ‘본 제품은 당류 0g이나, 칼로리가 있는 음료입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제품 성분표를 뜯어보겠다 결심한들 어려운 것은 용어다.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감미료 성분은 이름만으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제로 광고’는 제로 제품만큼이나 많다. 음료업계에서 주류업계로 번진 ‘제로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애초에 주류는 당보다는 열량이 문제로 지적된다. 알코올은 1g당 열량이 7㎉로, 자체 열량이 높다고 인식된다. 시중에 판매 중인 제로 소주는 당만 제로고 열량은 여전히 높다. 어떤 제품은 병당 300㎉가 훌쩍 넘을 정도다. ‘제로 소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같은 사실은 가려지기 쉽다. 이를 두고 한 식품영양 전문가는 “굳이 소주까지 제로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전문가는 식품업계가 ‘제로’ 과잉에 빠지지 않고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제로 슈거를 제로 칼로리라고 말한 적은 없으니 비난할 수만은 없다”면서도 “주류의 경우 당을 없애도 술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은데 제로로 홍보하는 것은 일종의 상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업계에서 제로를 앞세워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과도하게 섭취하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문제점을 정확히 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새날·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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