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규모 사상 최대 계약 가능성도 제기
“정부 지원 등 민관 총력전”
김동관(왼쪽부터) 한화그룹 부회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KAI) 사장 [각 사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한영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기회의 땅 폴란드에서 ‘제 2의 잭팟’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 등 K-방산을 이끄는 리더들이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대거 합류한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을 비롯해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KAI) 사장 등이 이번 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회장과 강 사장의 경우 지난달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인 파리에어쇼와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데 이어 유럽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특히 이번 방문을 기점으로 지난해 기록한 방산업계 사상 연간 최대 수출액 173억 달러(약 22조8000억원)를 돌파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폴란드 항구에 하역 중인 K-9 자주포의 모습. [폴란드 국방부 SNS] |
국내 방산기업들은 작년 K2 전차·K9 자주포·FA-50 항공기·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173억 달러 가운데 72%(124억 달러)를 폴란드에서 달성한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작년 1차 계약에 이어 2차 계약 협상을 협상 중에 있다”면서 “당장 눈에 띄는 진전은 없지만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극적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2차 계약 협상에서 총 25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K-방산 수출액이 200억 달러(약 25조8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실제 계약이 전망치에 부합하게 이뤄진다면 단숨에 연간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K2 전차 820여대를 비롯해 K9 자주포 430여문, 다연장 로켓 천무 80여문 등의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하반기 중 폴란드에 사상 첫 유럽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폴란드 군은 수중에서 고속으로 장기간 기동할 수 있고, 어뢰·정밀 타격 순항 미사일(SLCM)을 운용할 수 있는 잠수함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건조 경험이 풍부하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화오션이 폴란드군의 잠수함 입찰에 적극 참여할 전망이다.
지난해 폴란드와 48대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한 KAI도 FA-50 항공정비(MRO) 센터 설립 등 항공기 정비 및 운용 등에 관한 추가 협력을 타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폴란드 수주 성공은 향후 유럽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의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폴란드의 불안한 정치·경제 상황과 러-우 전쟁의 장기화는 방산업계가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폴란드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갈등이 커지고 있고, 폴란드 화폐인 즈워티화의 가치가 최근 급락 중이다. 또한 전쟁 장기화 여파로 자국 내 산업기반이 약화하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상향하기 위한 개정안을 국회와 논의 중에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통상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국은 부족한 재원 조달을 충당하기 위해 입찰 당사국에 금융 주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2차 계약 조건 중 하나로 20조원 이상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의 법정자본금이 올라갈 경우 이번 계약 성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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