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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전 유공자들 반지하 전전했다...전국 생계곤란 1만1000명
월남전 참전자들 고엽제 후유증
담배꽁초 줍는 노인일자리 신청
독거노인 월세 구하기도 힘들어
한 참전 유공자를 지원단체에서 찾아와 돌보는 모습. 참전 유공자인 故 김모(88)씨는 생전 월세 33만원 반지하 원룸에 거주했다. [6·25 유공자회 제공]

#.이상범(76) 월남전 참전자회 서산시지회장은 매달 생계가 어려운 지역 거주 참전자들에게 쌀을 나눠주러 다닌다. 월남전 당시 고엽제(독극물 성분이 포함된 제초제) 살포 영향으로 현재까지 피부병, 암 발병 등 후유증을 앓으며 거동은 물론 생계도 어려운 이들이 많다고 한다. 1968년부터 1년 간 월남전에 참전한 박광야(78)씨는 “고령화한 유공자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는 후유증이 자녀에게 유전돼 가정 전체가 무너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6·25 참전 유공자 A(90)씨는 월세 33만원 반지하에 산다. 전쟁 발발 직후 2년간 참전했다는 A씨는 30년 전까지 운영하던 인쇄 업체가 파산한 뒤 내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지역 유공자회 도움을 얻어 현재의 집을 구하는 과정조차 녹록지 않았다. 독거 고령자라는 이유로 임대인들이 모두 입주를 꺼린 탓이다.

▶전국 기초생활수급 참전 유공자 1만1000명=월남전 6·25전이 발발하고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생활고로 전쟁의 상흔을 겪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년간 지속돼 유공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도 고령화하고 있는 상황에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참전 유공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만1192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참전 유공자 13만8623명 중 8.0%에 해당한다. 이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7.9%(1만2272명), 2021년은 7.1%(1만2006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인 참전 유공자 중 70대가 55.0%(6159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론 90대가 25.2%(2825명), 80대가 19.6%(2197명) 순이었다.

김태열 영남이공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한국보훈포럼학회장)는 “특히 대부분 70대인 월남전 참전자들의 경우 우울과 불안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이로 인한 사회 부적응으로 취업도 어려워 이중고를 겪는 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박광야씨도 “고엽제 후유증을 인정 받을 경우 치료비 지원이 되긴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며 “노년을 어렵게 보내는 이들이 더욱 고령화하기 전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지하 살고, 담배 꽁초 줍는 유공자=월남전 참전자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6·25 참전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A씨를 도왔던 인천 소재 유공자회 관계자는 “노인이 혼자 산다고 하니 집을 보여주지도 않아, 지인인 집주인에게 ‘내가 책임지겠다’고 설득해 겨우 집을 구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A씨만의 사례는 아니다. 최근 사망한 참전 유공자 김모(88)씨 역시 보증금 20만원에 월세 33만원인 원룸 반지하에 거주했다. 유공자회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 김씨 거주지는 각종 물건과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생활고 역시 마찬가지다. 류재식 6·25 참전자회 마포구지회장은 “유공자 대부분이 문맹인 데다, 제대 후 일자리도 없으니 대부분 막노동을 했지만 나이가 든 뒤엔 그대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참전 유공자 박모(90)씨는 최근 담배 꽁초를 줍는 노인 일자리를 신청했다. 박씨는 “물가가 오른 데다, 병원 다니는 교통비까지도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이마저도 지방에선 여의치 않다. 지역의 한 보훈지청 관계자는 “70대가 넘는 고령 유공자 분들 중에서도 일자리를 원하는 분들이 있지만 대부분 일자리가 사무직 등 중장년층 대상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지자체 공공근로 우선권 부여, 교육청과 연계한 학교안전지킴이 등 취업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당초 정부가 약속한 참전 유공자 명예수당 인상 이행 여부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참전 명예수당을 (지난해 기준) 35만원에서 70만원으로 2배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지난 5월 인사청문회 당시 참전 명예수당과 관련 “직을 걸고라도 반드시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참전 명예수당은 39만원이다.

박혜원·전새날·양근혁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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