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6’. [현대자동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와 배터리, 충전 인프라에 이르는 ‘전동화 삼각편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 개발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통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유연한 전환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현대차는 브랜드 최초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 시장 영향력을 넓힌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3일 영국에서 열리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 N’을 공개한다.

아이오닉 5 N은 현대차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과 더불어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까지 동시에 보유한 첫 완성차 회사로 발돋움하는 시발점이 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지난달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동화의 시작을 알린 아이오닉 5가 역사적 자산인 포니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처럼 올해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 5 N은 고성능 전기차로서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현대차의 유산을 계승, EV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을 둔 아이오닉 5 N은 국내 전기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최대 650마력의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현대차는 내년 첫 번째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이오닉 7’을 출시, 소형부터 대형 모델, 승용부터 상용차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배터리 역량 강화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 배터리셀 합작법인(JV) 설립 등 ‘기술 동맹’에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룹 심장부인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 향후 10년간 9조50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선행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체 설계한 배터리 상용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배터리 전 영역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중장기 경영 실천 과제로 제시한 현대차는 올해 신형 하이브리드(HEV) 차량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향후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물론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양산을 위해 의왕연구소 내 연구동을 내년까지 건설한다.

현대차는 연내 이피트를 44개소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이피트 블로그 캡처]

충전 인프라 구축도 순항 중이다. 2021년 3월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론칭한 현대차는 현재 도심지(16개소)와 고속도로 휴게소(12개소) 등에서 운영 중인 이피트를 연내 44개소까지 확대한다.

하반기 개소를 앞둔 이피트는 광주 월드컵경기장, 안산 고잔역, 세종 국립수목원, 광교 호수공원 등 도심지 13개소, 가평휴게소(상·하), 시화나래휴게소 등 휴게소 3개소를 포함해 모두 16개소다.

이피트는 별도 조작 없이 인증부터 충전,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플러그앤차지’ 기능을 적용, 기존 여러 단계를 거쳐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했다. 800V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이피트 충전소에서 기존 충전 시간보다 최대 50% 줄어든 약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이는 5분 충전으로 약 100km 주행이 가능한 속도다.

아울러 현대차는 최근 충전 생태계의 질적 육성을 위해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손잡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품질인증센터(E-CQV)’를 설립했다.

현대차는 KTC와 함께 인증 항목을 개발하고, 이피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품질 검증 체계와 품질 관리 노하우를 ‘전기차 충전 품질 인증제도’에 적극 반영하는 등 전기차 충전 생태계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 구축에 나선다.

‘GV70 EV’(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코나 EV’, ‘아이오닉 5’, ‘G80 EV’. [현대자동차 제공]

신속한 전동화 전환 작업 속도만큼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세도 가파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해 미국 시장에서 반기 최대인 2만4593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6.9% 늘어난 수치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소형 전기 SUV ‘코나 EV’는 5148대, 아이오닉 브랜드의 두 번째 모델 ‘아이오닉 6’가 3245대,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EV’와 중형 SUV ‘GV70 EV’가 각각 713대, 526대씩 팔렸다.

현대차는 올해 33만대 판매 달성에 이어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꾸준히 선보이는 것은 물론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높여 전동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