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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를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D램의 가격이 하반기 들어 안정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올해 2분기 실적 바닥 국면을 맞이한 주요 칩 기업들이 D램 가격 반등 흐름을 타면서 예상보다 빠른 실적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이 2분기보다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판매 가격은 1분기와 비교할 때 2분기에 평균 13~18%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 하반기 들어 낙폭이 크게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품목별로는 PC·서버·모바일·그래픽·소비자용 D램 모두 0~5% 수준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선 15~20% 수준의 가격 하락을 예고하던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수준의 가격 안정화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과점 업체 3곳의 감산 공조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D램 제조 업체의 지속적인 생산 감축으로 공급량은 감소했지만, 계절적 수요로 재고 압박이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어 오는 3분기에는 감산 효과가 더 분명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들의 전략적 움직임에 따라 모바일 D램 등은 산발적인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가시적인 가격 회복은 2024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시장 가격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하반기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선 국내 칩 기업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최근 삼성전자는 ‘핀셋 인사’로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우위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메모리반도체 중 D램 개발을 책임지는 D램 개발실장에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부사장급 임원 상당수가 보직 교체 수준에서 인사가 난 반면 개발실장은 아예 교체됐다. 그만큼 내부 리더십 정비를 통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판매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부터 HBM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유일하게 4세대 HBM 제품(HBM3)을 양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챗GPT에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GPU H100에 적용된다. 최근에는 AMD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큰 손 고객들이 SK하이닉스의 HBM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도 차세대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 16GB와 12단 24GB(기가바이트) 제품도 샘플 출하 중으로 양산 준비를 이미 완료했으며, HBM3의 양산 준비를 완료한 데 이어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차세대 HBM3P 제품도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에 삼성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 양산을 시작, D램 미세 공정 경쟁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체 D램 시장 기준, 2024년 DDR5의 비중은 27%를 차지해 DDR4의 비중(23%)를 처음으로 역전할 전망이다. 그만큼 신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 효과가 차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시장조사기관의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차세대 기술 개발 역시 속도를 높이면서 전반적인 경기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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