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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 출신 시중은행 나온다…은행 문호 낮추고, 인뱅도 더 확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 발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시중은행 첫 탄생
스몰라이센스·일임업 허용, 한발 물러나
벤처투자 한도 늘려 모험자본 유도
은행 모습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이르면 올해 안에 지방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이 탄생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으로 진출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대구은행이 전환에 성공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약 30년만에 시중은행이 추가로 등장하는 셈이다.

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허용 뿐 아니라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들의 신규인가도 추진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 과점 체제로 인한 폐단을 손질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은행 영업관행 타파를 위해 가장 큰 화두로 꼽혔던 스몰라이선스 도입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원론적인 논의에 그치게 됐다.

“전환요건 갖추면 언제든” 은행 인가 문호 개방…힘빠진 스몰라이선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5일 발표했다. 앞서 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적 구조를 통한 대출 확대로 자신들의 주머니만 배불리자 이를 타파하기 위해 약 4개월간 태스크포스(TF)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들은 전체 은행권의 대출, 예금, 자산 분야에서 최소 60%가 넘는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가장 먼저 초점을 둔 정책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통한 경쟁 확대다. 그 일환으로 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을 적극 허용키로 했다. 전환 요건을 만족시킨다면 언제든 검토해 잠재적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설명이다. 1992년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는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가 없었다.

현재 대구은행이 지방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타진한 상태다. 당국은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을 확대할 수 있고, 외국계 은행만큼 대출을 하는 시중은행이 출연한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백브리핑을 통해 “대구은행의 경우 자본금 요건은 충족된 상황이고,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지배구조 이슈 등이 남아있는데 현 상황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실제 신청이 들어와야 자세히 검토하겠지만 빠르다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도 추진된다. 당국의 인가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에 대한 심사를 거치되 인터넷전문은행은 법령상 요건 외에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해 심사키로 했다.

스몰라이선스를 주고 특화은행을 지속하려던 계획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전향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로 특화은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결과다. 이미 신용카드업, 저축‧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혁신금융서비스‧업무위탁 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 만큼 현 제도 하에서 인적‧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특화은행 관련해서는 건전성, 유동성 문제가 중요하다”며 “특화 은행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해서는 일반 은행 인가요건보다 완화된 인가기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자장사 의존 안돼” 은행 벤처투자 2배 늘리고, 해외진출시 규제 푼다

TF 문제의식의 출발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였던 만큼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조치도 발표됐다. 80%가 넘는 이자수익 비중을 줄이기 위해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 확대 등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는 신탁 가능 재산을 확대하고, 전문기관 위탁을 허용해 신탁이 고객 맞춤형 종합재산관리 서비스로 활용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일임업이나 은행의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논의는 이번 안에서 빠졌다. 두 사안 모두 업권간 밥그릇 다툼보다는 시스템 안정성이나 국민들에게 체감되는 효용성을 따졌을 때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던 모습.

모험자본 투자를 위해 벤처투자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당국은 대주주가 발행한 벤처투자조합·신기술사업투자조합 지분증권에 대해 은행의 취득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7월 중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기자본의 0.5%에서 1%까지 벤처투자 허용 범위가 두 배로 늘게 된다.

또 해외지점 또는 해외자회사가 현지 금융회사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법의 한계도 풀 방침이다. 은행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외 진출시 비은행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가능하면 국내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해외 당국 뿐 아니라 국내 관련 부처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은행들의 경영현황도 낱낱이 공개된다. 당국은 오는 3분기부터 경영현황 자율공개를 시범으로 시작하고, 은행 임원의 성과급 이연지급 확대 방안이나 조정·환수 기준을 마련해 하반기 관련 법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8월부터는 상생금융을 유도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 공시를 정비하고 점포 폐쇄 불이익을 막기 위해 은행대리업 도입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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