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공원부지→종교부지 변경 요청
조합, 설계 변경 위해 구청과 협의키로
지난 2021년 11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5차 명도집행에 나섰던 법원의 집행인력의 진입을 교회 관계자들이 막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부지 내 종교시설과 ‘이전’ 문제를 놓고 협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조합은 부지 내 노른자땅인 공원부지를 종교 부지로 내주더라도, 교회와의 갈등으로 5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 한 성북구 장위10구역과 같은 사업 지연은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5월 무악재성당 측에 ‘이전 신축에 따른 보상방안’ 공문을 보냈다. 그간 홍제3구역 부지 내 위치한 무악재성당은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대문구청에 해당 사업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이번 공문을 통해 홍제동 19번지 1194㎡를 포함한 1200여㎡ 규모의 종교용지에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평당건축비용·대체 미사장소 및 수사 임차료·재정 손실·조합원과 동일조건 분양 또는 종전자산 평가금액의 1.5배 보상 등을 종합해 총 85억여원을 보상금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보상 항목 등은 서울시 종교시설 처리방안 지침에 의거했다.
그간 성당 측도 조합에 특정 수준의 보상금을 요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일부 사업장 내 종교시설이 감정가액보다 수배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무리한 알박기 행태를 보인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소유자는 사업에 참여하면 조합원, 사업에서 이탈하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데, 종교시설 소유자라고 따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종교시설의 특수성으로 인해 보상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홍제3구역 조합이 제시한 보상금은 사랑제일교회 등 사례처럼 무리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합의 보상 방안과 관련, 지난달 성당은 관할 교구인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통해 이의 제기했다. 성당은 답변서에서 부득이하게 이전을 해야 한다면 협의 조건으로 기존 정비사업 계획상의 공원 부지를 종교 부지로 설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조합은 성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당이 계속 존치만을 고수하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힘든 상황에서, 이전을 전제로 조건을 내세운 것 자체가 반갑다는 것이다. 종교부지 갈등으로 매도청구소송, 명도소송 등이 제기되며 양측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성당과 본격 협상하게 됐는데, 성당이 ‘존치’만을 요구하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원 부지가 사업 부지 내 가장 노른자땅이지만 성당의 의견을 존중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과 성당도 각자 양보하고, 관청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당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설계 변경은 인허가가 필요한 절차로, 조합은 관할 구청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공원부지를 종교부지로) 설계 변경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가능하다”며 “현재 조합에서 검토 중이며 구청 및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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