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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린 개미만 카카오 190만명·네이버 90만명…한때 ‘국민주’ 네카오의 ‘희망고문’ 언제까지?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1. 서울 소재 중견기업에 근무 중인 송두영(36) 씨는 지난 2021년 6월 주당 15만원대에 매수한 카카오 주식 150주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 매수 직후 주가가 16만원 대로 오를 때만 해도 늦게나마 상승장에 올라탔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이후 이어진 우하향 곡선에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매수 당시 가치의 3분의 1 토막이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송 씨는 “자식에게 물려준다 생각하고 잊어버리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5만원 선까지 무너졌단 소식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2. “희망고문 때문에 더 지치네요.” 네이버 주주 장혜영(41·여) 씨는 주가가 자신이 매수했던 ‘28층(주당 28만원 대)’에 도달하는 순간 보유 주식 전량을 털어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초 보였던 급등세에 인공지능(AI) 열풍까지 호재가 이어지며 희망을 품었다는 장 씨는 최근 하락세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고가를 고려했을 때 저점 매수라 생각하고 투자에 나섰던 것”이라며 “비슷한 시점에 네이버 주식을 샀던 주변 사람들도 손절은 못하겠다며 가슴앓이 중”이라고 답답해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차세대 ‘국민주’로 불렸던 ‘네카오(네이버+카카오)’의 배반이 그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Chat) GPT’에 대한 폭발적 관심으로 시작된 AI 관련주 투자 붐 덕분에 국내외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국내 대표 IT주 네카오 주가 만큼은 횡보 또는 퇴보하면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네카오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했던 약 280만명의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영락없이 물린 채 손익분기점만 지나 익절할 수 있는 그날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형국이다. 현재 네카오의 주가 수준이 대다수 개미(소액 개인투자자)가 매수한 시점을 크게 밑돌면서다.

네이버 ‘20층’·카카오 ‘5층’ 심리적 지지선 붕괴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장을 마친 코스피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59%(1100원) 하락한 18만4800원, 0.71%(350원) 떨어진 4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네카오의 주가 하락세는 다른 코스피 종목들에 비해 두드러졌다. 네이버 주가는 6월에만 7.37% 하락했고, 카카오는 무려 12.81%나 내려앉았다. 카카오의 경우엔 6월 들어 19거래일 중 15거래일이 하락장이었을 정도였다. 같은 기간 네카오가 속해 있는 ‘KRX 300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지수가 0.80%만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훨씬 더 컸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네이버 20만원 선, 카카오 5만원 선이란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최근 3년간 최저 주가(네이버 15만8500원, 카카오 4만7300원) 수준에 빠르게 다가서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로 범위를 넓혀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AI 붐으로 삼성전자(31.46%), SK하이닉스(52.40%) 등 반도체주 주가가 수직 상승하고 코스피 지수마저 14.66%나 오른 가운데 네이버 주가는 4.11% 오르는 데 그쳤고, 카카오의 경우엔 심지어 7.72% 뒷걸음질 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現 주가比 50% 이상 높은 목표가 도달해도 주주 절반만 손실 탈출

이런 상황 속에 ‘네카오’ 주주들의 성토 역시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1월 급등세에 네카오 주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증권가에서 쏟아진 만큼 박탈감은 더 큰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네이버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8만2619원, 카카오는 7만6136원이었다. 각각 28일 종가보다 52.93%, 55.38% 높은 수준이다.

헤럴드경제가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통해 최근 3년간(2020년 6월 30일~2023년 6월 28일) 네카오 주식 매물대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소액주주들이 허탈감을 느끼거나 분노에 이르는 이유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주식 거래가 있었던 주가 구간을 10개로 구분 시 네카오 모두 현재 주가 수준은 최하 구간(네이버 15만5800~18만7850원, 카카오 4만7300~5만9520원)에 해당했다. 최근 3년간 대다수의 개미가 현재 주가보다 높은 지점에서 네카오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미다.

지난 3년간 ‘동학개미운동’을 거치며 네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분기 말 대비 올해 1분기 말까지 네이버 소액주주 수는 18만7972명에서 104만8105명으로 86만133명이 증가했다. 카카오의 경우엔 12만9638명에서 무려 202만5058명으로 189만5420명이나 늘었다. 이는 곧 276만여명에 이르는 네카오 주주들이 손실 구간에 놓여있다는 뜻이다.

목표주가에 도달할 경우에도 네카오 주주들의 절반 정도만이 손익분기점 달성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경우 목표주가가 속한 매물대(27만5900~30만5250원) 이하에서 매물이 형성된 비율이 전체의 56.69%, 카카오(7만1740~8만3960원)도 50.76%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주주들은 냉가슴을 앓아야 한다는 뜻이다.

광고 침체·뒤처진 AI 서비스 악재

네카오 주가 추락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요인은 광고 시장의 침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광고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경기 침체로 광고주들이 예산을 삭감하면서 실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이 AI 검색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는 와중에 네카오가 여전히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 것도 악재다.

그동안 분할 상장으로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던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핵심 자회사의 추가 상장 가능성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가엔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차세대 AI 검색 서비스 ‘큐:(Cue:)’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을 지킬만큼 경쟁력이 있을지 여부가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광고 추가 탑재, 쇼핑 서비스 확장 등 서비스 개편의 성공 여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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