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한일 양국이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100억달러는 2015년 양국 간 통화스왑이 종료될 당시와 같은 규모로, 이번 통화스왑 체결은 한일 금융·경제 관계의 복원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과 가진 제8차 재무장관회의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양국이 직면한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 장관은 세계경제 회복력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 등에 따라 하방 위험이 교차하면서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모두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고 상호 관계도 밀접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 팬데믹 위협, 개도국 채무 및 금융변동성 확대와 같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상호 공조하는데 뜻을 모았다.

기재부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재개된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시작한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경제정책 및 금융협력 부문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과 일본 재무당국 사이의 연대와 공조 강화를 위한 양자 및 다자협력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협력 부문에서는 양국 장관이 2015년 이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왑을 복원하기로 합의하고, 한일 간 상호 금융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한일 통화스왑은 2015년 한일 간의 외교관계 악화로 종료된 이후 8년만에 다시 체결하는 것으로, 2015년 2월 종료 당시와 같은 100억달러 규모로 체결했다.

한일 통화스왑의 체결은 양국간 유사시 상호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한편, 아세안+3 등 역내 경제 및 금융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부총리는 “이번 한일 통화스왑은 한·미·일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선진국들 간의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테이블 상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무대에서 양국간 협력 및 공조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G20, G7 등에서 논의되는 저소득국 채무조정, G7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추진 중인 개도국의 지속적인 클린에너지 개발 지원 프로젝트인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 등 글로벌 아젠다에 있어 한국과 일본 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상호 연대해 나가기로 했다.

역내 금융안정을 위한 아세안 10개국 및 한중일 3개국, 다자 간 통화스왑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재원구조 개편, 신규 금융 프로그램 도입과 같은 제도개선 논의에 양국이 적극 참여키로 했다.

한일 양국간 국제조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자 협력채널에서 국제조세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 양국이 조세 관련 사안에 대해 원활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한일 세제당국 간 실무협의체도 구성·운영한다.

안정적 교역환경 조성 등을 위해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도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은 직원들 간의 유대와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양국 재무협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연례적으로 상호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양국 장관은 앞으로 재무당국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4년 한국에서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