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협력한 英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적용
삼성전자 車 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 협력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시한 ‘전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 아래 미래 모빌리티 시장 톱티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술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전기차 배터리부터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으로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 기업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기아가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에 적용된 여러 기술에서 현대차그룹의 기술 동맹 성과를 엿볼 수 있다.
기아 ‘EV9’에 적용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현대모비스 제공] |
먼저 EV9에는 그룹 내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메리디안이 2년간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크렐,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에 이어 메리디안과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해당 시스템은 2021년 출시된 기아 플래그십 세단 'K8'에 처음으로 적용돼 호평받았다. 현대모비스는 K8 출시에 앞서 메리디안 소속 마에스트로와 엔지니어를 초청해 신차 개발자들과 튜닝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EV9에는 SK온의 99.8㎾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1회 충전 시 최대 501㎞까지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정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SK그룹부터 삼성, LG그룹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7월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현 SK온)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기아 ‘니로’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 조립 라인을 살피고, 급속충전과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정 회장은 같은 해 4월에는 충북 청주시에 있는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을 찾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부분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5월에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했다.
장재훈(왼쪽) 현대자동차그룹 사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배터리 3사와 협업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2025년 가동 목표로 5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배터리셀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SK온과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발표에 이어 두 번째다.
아세안 전기차 시장 공략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세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와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부터 삼성전자의 고성능 프리미엄 IVI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탑재한다.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연합] |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비롯해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OLED 디스플레이 공급사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선정했다. 현재 현대차의 계기판용 액정표시장치(LCD) 대부분은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간 기술경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정의선 회장이 미래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를 강조한 것도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 간 기술 동맹은 ‘기술력 확보’라는 순기능 외에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고객사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모델이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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