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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FRS ‘ESG공시 의무화’ 확정에 국내도 탄력…‘발등의 불’ 상장사 “협력사 탄소배출까지 챙겨야” [투자360]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한 임원은 "다른 곳에 뺏기기 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를 더 늘려야 할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난 26일 국제회계기준(IFRS) 측에서 탄소배출량 등을 담은 'ESG 공시'를 2025년부터 의무화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행 여부는 각국 정부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시기만 차이 있을 뿐 큰 틀에선 내용 차이가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유럽연합(EU) 등에서 해당 ESG 공시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한국 수출기업이 느끼는 도입 압박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주요 협력업체들의 온실가스 배출까지 측정하는 '스코프3' 공시도 이제는 더 본격적으로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SG 공시 국제 표준안 나왔다"=기업 공시 지형이 바뀌고 있다.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ESG 공시 기준을 세우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다. 앞서 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첫 번째 ESG 공시 기준서인 IFRS S1(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기후 관련 공시)를 확정 발표하고, 2024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다만 의무공시는 1년 유예기간을 둬 2025년부터 시작된다. 특히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했던 '스코프3' 배출량 공시는 1년 더 유예기간을 둬 2026년부터 도입된다. 이번 기준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언제 시행할 지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BoA(Bank of America)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 인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ISSB는 자본주의와 시장이 지속가능한 장기적인 발전에 계속 집중하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진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 큰 일관성을 향해 자발적이고 규제된 공시의 수렴을 추진하도록 돕는다"고 평가했다. 니콜라스 바틀렛 CDP 최고영향력 책임자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후 관련 공개에 대한 글로벌 기준 표준은 금융시장 내 투명성, 책임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내도 2025년 단계적 도입"=이런 상장사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도 'ESG 공시'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국내에선 거래소에 제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ESG 공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앞으로 법정 의무화가 되면 '사업보고서' 내에 ESG 주요 지표들이 담기게 된다.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등 ESG 정보가 재무제표와 같이 주요 기업 가치 판단 기준으로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달 '글로벌 ESG 공시 동향과 국내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정책제언도 받았다. ISSB 등 글로벌 표준 기준를 살리면서도 국내 사정에 맞는 현실적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올 1월 한국판 ISSB인 KSSB(한국기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출범한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KSSB의 ESG 공시기준을 적용해 2030년부터 전체 유가증권 상장사로 대상을 넓혀갈 방침이다. 구체적 공시 기준이나 대상, 제3자 인증 필수 여부 등은 오는 3분기에 '로드맵' 형식으로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세미나 정책 제언 등을 (봐서)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을 종합하면, 공시 대상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1조원 이상 ▷5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으로 구분하고 2년 또는 1년 단위 시차를 두고 점차 확대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른바 '2+2'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예를 들면,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 상장사의 경우, 거래소 공시 2년(2025~2026년·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형태) 이후 금감원 공시 2년(2027~2028년·사업보고서) 단계로 의무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적용하면, 자산규모 5000억원 미만 유가증권 상장사는 오는 2030년 거래소 공시 의무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적용 대상은 전체 상장사로 확대된다. 또 사업보고서가 주로 3월말 나오는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시기가 6~7월에 몰려있어 '반기보고서'을 통해 공시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다만,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 형태는 연간 '사업보고서'에 담겨야 한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기업들 "모든 게 다 비용…그래도 대비"=국내 쟁점 역시 국제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업에겐 부담이 크다는 것. ISSB가 이번 ESG 공시안을 확정하기 전, 기업들은 스코프1·2·3로 구분되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공개 범위 중 '스코프3' 의무화에 부담을 호소했다. '스코프3'는 제품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뜻한다. ISSB 역시 기업 부담을 고려해 스코프3 공시에 한해서 추가 1년 유예를 둔 상황이다.

그간 기업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량인 ‘스코프1’,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 ‘스코프2’를 주로 측정해왔다. 이제 앞으로는 협력사까지 탄소 배출을 신경써야 하는 시점이 임박한 것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수출 기업의 입장에선 해외에서 ESG 정보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보니 준비해야 한다는 상황"이라며 "다만, 자문도 받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다 보니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상황에 맞는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선 정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고려해 국내도 추가 유예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세미나에서 "스코프3의 경우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장 외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은 데이터 가용성·정확성·추정방법 등을 고려해 이행하는 데 부담이 크다"며 "총 4년(거래소 공시 2년·법정 공시 2년) 유예기간을 거친 뒤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SG 정보에 대한 검증도 의무화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는 국내 상장사의 대부분 자발적으로 '제3자 인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증 업무가 4~6월에 집중되다 보니 한정된 인력 탓에 인증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인증기관의 전문성과 이해상충 등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자격요건과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기준이 2026년까지 완결짓고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 ESG 공시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선 2030년은 다소 늦은 편이라는 평가도 있다"며 "금융당국도 미국, 유럽연합 등 해외 주요국 ESG 공시 제도와 ISSB 기준과의 정합성, 일관성을 고려해 기업들이 빠르게 ESG 공시로 재편할 수 있는 신호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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