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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누가 보험료를 올리는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영유아 시기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달이 이뤄지는지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한다. 첫 1년은 누워있던 신생아가 걷고, ‘엄마, 아빠’를 부르고, 말귀를 알아듣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때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아이는 단어를 연결해 문장으로 말하고, 간단한 동요를 부르며 하루하루 달라진다. 아이의 발달은 어른들을 모방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면서 언어 표현이 더딘 아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입모양을 보지 못하니 소리를 따라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일까. 최근 보험사엔 발달지연과 관련한 실손보험금 청구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금은 280억원이었는데, 작년엔 1185억원으로 급증했다. 단 3년간 4.2배가 증가한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급증세는 불필요한 치료도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병원이 회당 수만원에 달하는 비싼 치료를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며 꼬드기고 있다는 것이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 소아과가 아닌 이비인후과가 언어치료 부설센터를 차리고, 사무장이 파트타임 상담사를 둬 운영하는 등 점차 기업형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부산에선 경찰이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19억여원의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을 챙긴 사무장과 의사들을 적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언어치료는 상세불명의 발달지연에 붙는 임시 코드 R코드( R62·R47)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발달지연 아동기관에 있는 ‘치료사’가 민간 자격자로 법상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의료인, 의료기사에 의한 의료 행위에 한해 보장된다. 보험업계는 “의료인이 아닌 상담사와 놀이한 후 비용을 지불하고, 정작 제대로 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보장은 언어치료(MZ006코드), 신경발달중재치료(MZ009코드), 심리적재활중재치료(NZ010코드) 등이 대상이고, 치료가 꼭 필요한 해당 진료 코드에는 당연히 보험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또 있다. 실손보험금을 타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가 늘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병원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이뤄졌던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피부과 시술 등은 다시 부메랑처럼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보험금 사기는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적발금액이 1조818억원에 달했다. 실제 새어나간 돈은 이보다 수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와 보험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보험사기 누수 추정액은 한해 약 6조2000억원 규모다. 일반 가입자의 실손 보험료 인상은 매년 이렇게 흘러나간 막대한 보험금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보험금 허위 청구는 ‘보험 사기’로 범법 행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병·의원이 실손보험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허위로 보험금 청구를 한 소비자도 보험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오히려 보험료 인상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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