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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의 현장에서] 윤대통령의 무대 체질

“무대 체질이다.”

해외 순방 중 세계시민 앞에서 메시지를 내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데뷔라는 건 ‘첫인상’과 직결된다. 윤 대통령을 처음 마주한 세계시민에겐 그 인상이 더 강렬했을 것이다. 미국 수도에서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자연스레 부르는 한국 대통령을 미국인은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무대 체질’이란 건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 국정감사란 무대에 올랐을 때도 느꼈던 인상이지만 지금 서는 무대는 이전에 비할 수 없이 커졌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만찬, 국제박람회기구(BIE)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연사로 오른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첫인상이 아닌 꾸준히 본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들, 국민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9~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0.3%포인트(P) 올랐다. 윤 대통령의 지난 프랑스·베트남 순방기간 이뤄진 조사다. 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과 동행한 베트남 순방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111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괄목할 경제외교 성과에도 지지율은 0.3%포인트 상승에 그친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이는 ‘순방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통상 순방 후 3~4%포인트는 오르는 전례에 비춰 이는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과거엔 그것이 ‘말실수’ 등 ‘순방리스크’였다면 최근 여러 차례 순방에선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외교’가 아닌 ‘내치’, 즉 국내에 산적한 현안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순방 직전 불거진 ‘수능 킬러 문항’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껏 외교가 국제무대에서 스트라이커가 ‘득점’을 내는 순간들이었다면 내치의 시간엔 다 같이 호흡을 맞춰 ‘감점’을 막아야 한다. 순방에서 복귀한 윤 대통령의 앞엔 당장 장마철 수해 대비부터 사교육과 인사 문제 등이 남아 있다. 내치의 시간 동안 감점을 줄여 비호감도를 상쇄하는 것이 지지율 40%를 넘는 승부처가 될 것이다.

압도적 골 결정력을 지닌 스트라이커 위주 경기의 단점 중 하나는 다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3개월이 넘게 ‘외교’가 긍정 평가 이유 1위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이유를 자세히 살피면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결단력’이, 부정 평가 이유로는 ‘독단’이 늘 포함돼 있다. 진영화로 인한 시각차 외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개인기’에 치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여당의 존재감 부재와도 이어진다.

다시 시작된 내치의 시간엔 정부와 여당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대 체질이 ‘무조건 대장’ 체질에 그쳐선 안 된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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