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르엘’로 재탄생을 예고했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재건축 아파트(투시도)가 시공사 선정을 다시 한다. 법원 판결로 롯데건설과 시공사 선정계약이 무효 위기에 처하자 공사중단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직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지 않아 롯데건설의 시공권이 유지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선정 절차인 만큼 결과에 대해 정비업계와 건설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27일 미성·크로바재건축 조합과 송파구청에 따르면 조합은 최근 구청에 시공사 선정 공고안과 관련 한 서류를 제출하고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합은 구청의 검토를 거친 뒤 조만간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에 최근 보낸 문자에 따르면 “공사 중단이 예상되면 그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계획을 수립해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조합의 의무”라면서 “조합이 추진 중인 시공사 해지와 새 시공사 선정 추진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와 공사 중지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유동선 미성·크로바 조합장은 “롯데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를 새롭게 뽑는 안건을 동시에 올리는 총회를 8월 말 전에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 대법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시공사를 뽑아 공사중단이 없게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다른 건설사가 입찰경쟁에 뛰어들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5%의 공사가 이미 진행됐고, 설계·감리비용 등 조합사업비 1300억여원을 롯데건설이 지급보증 해준 상황에서 다른 건설사가 중간에 공사를 떠안기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유 조합장도 “이주비까지 5000억원의 비용을 쓴 일종의 ‘사고 사업장’에 들어올 수 있는 시공사가 (기존 롯데건설 아니고는)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면서 “다만 만약 다른 건설사가 선정돼도 유치권 행사와 같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속 공문을 (롯데건설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파구 잠실 월드타워 인근이라는 장점과 아직 공사 진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다른 건설사가 욕심을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내 대형건설사 도시정비영업팀 관계자는 “아직 공사 초기 단계로 곧바로 공사착수가 가능하고, 잠실 한강인근 최적의 입지적 장점을 갖춘 단지라는 점을 따졌을 때 군침을 흘리는 건설사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건설사의 동향과 입찰조건에 따라 경쟁 시도를 해보는 건설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지난 4월 신모 씨 등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원들이 조합과 롯데건설 등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