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30일 입찰 후 이르면 7월 최종 선정 예고
HD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울산에서 최신형 호위함 ‘충남함’ 진수식을 개최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내 조선업계 맞수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호위함 수주를 놓고 ‘운명의 한 달’에 돌입한다.
이번 수주에 성공하는 조선사는 한국형 구축함(KDDX) 등 주요 후속 군함 사업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화그룹에 새롭게 편입된 한화오션과 업계 선두를 달리는 HD현대가 첫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양사의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에도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30일 ‘울산급 배치(Batch)-III(3)’ 사업의 마지막 물량인 5,6번 호위함을 입찰한다. 5,6번 호위함의 사업 예산은 8334억원이며,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HJ중공업 등이 이번 입찰에 참여한다. 방사청은 각 사의 제안서를 평가한 후 최우선순위 협상대상업체와의 협상을 거쳐 이르면 7월 중 낙찰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미니 이지스함’으로 평가되는 3500t급 차세대 호위함 6척을 건조해 노후선을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호위함은 함대를 호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조된 전투함을 말한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4번함까지 사업자가 결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3월 4000억원 규모의 1번함(선도함) 수주에 성공했다. 1번함은 현재 시운전에 들어갔으며,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2~4번함은 중견 조선사인 SK오션플랜트가 각 3300억~3500억원 규모에 수주했다. 통상 후속함은 1번함의 상세설계 도면을 토대로 건조되는데 SK오션플랜트의 경우 저가입찰을 내세워 수주를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당시 최저가 선정 입찰 방식을 놓고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고, 방사청은 기술력 중심의 제안서 평가로 기존 선정 방식을 변경한 바 있다.
평가 방식이 변경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이번 수주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마덱스 2023)’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를 놓고 양사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한화오션 부스에 울산급 호위함 모형이 전시된 모습 [한화오션 제공] |
한화오션은 이번 마덱스에서 최신 전투 체계가 적용된 호위함 모형을 선보이며, 그룹 방산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전투 체계를 기본으로, 중저속과 고속 엔진을 결합한 추진 체계를 통해 수중 방사 소음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 측은 “1번함보다 뛰어난 후속작”이라며 “대규모 투자로 전통 수상함 명가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시회 현장을 찾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HD현대중공업도 1번함인 충남함 진수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1번함은 360도 전방위 탐지, 추적, 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 배열 레이더를 탑재해 대공 방어 능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글로벌 수주 실적에서도 한화오션에 크게 앞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까지 누적 수주액만 40억1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수주 목표의 42.5%를 달성한 상태다. 반면 한화오션은 인수 완료 직전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며 같은 기간 목표 달성률이 15.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마덱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5, 6번함 수주는) 잘하는 회사에 줄 것으로 본다. 기술력과 품질, 납기에서 누구보다 강점이 있다”면서 “수상함 분야에서 HD현대의 경쟁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돌발 변수들은 이번 수주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0년 총 7조원 규모 KDDX 기본설계사업자로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되는 과정과 관련 지난 4월 “위법이 발견됐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했다. 당시 법원과 방사청은 “연관성이 없다”며 현대중공업 손을 들어줬지만 혐의가 연루된 소속 직원들이 작년 말 설계도면 은닉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승인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배수진의 각오로 입찰을 준비하는 분위기”라면서 “차세대 KDDX와 배치-4 사업 등 후속 군함 프로젝트 입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종 낙찰 전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bigroot@heraldcorp.com